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개최되는 WTO(세계무역기구) 싱가포르
각료회의에는 127개 회원국의 통상장관 및 대표단, 34개 비회원국 대표,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등 49개 국제기구 대표, 업계 대표 등 2,000여명과
세계각국의 취재기자 1,000여명 등 3천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29명의
대표단이 참가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주요의제는 <>환경과 무역의 연계방안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골자로 하는 노동과 무역의 연계방안 <>투자 경쟁정책.부패방지 등에 관련된
각종 대책의 작업방향 <>정보기술협정(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
체결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결과의 이행상황 평가 <>기본통신(Basic
Telecommunications)협상과 같은 주요 서비스 협상의 타결방안 모색
<>신규회원가입 신청국의 가입논의 등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이번회의의 의제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의제는
<>정보기술협정(ITA)과 <>노동과 무역과의 연계방안 등 2개 의제라고
생각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은 의번회의에서 PC, 소프트웨어, 반도체
디지털 스윗치 통신기기 CD-롬과 같은 첨단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2,000년까지 완전 철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17개 아시아.태평양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11월25일 필리핀 수빅만에서 개최되었던 APEC정상회담에서도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정보기수협정이 체결되면 서방선진국은 물론 반도체.PC 등
첨단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한국도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된다.

WTO의 예측에 따르면 2,000년까지 향후 4년간 정보기술관련 제품의 전세계
수출총액은 7,500억달러에 달하게 될 것인데 정보기술협정체결로 수입관세가
철폐되면 전세계적으로 정보관련기기 사용자는 2000년까지 연간 500억달러의
부담경감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기본 통신기기의 무역자유화가 실현되면 국내 통신과 국제
통신수단을 이용하는 실수요자들에게 2010년까지 연간 1,500억달러의
통신기기의 무역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PC 반도체, 유무선 전화기, 전환교환기 등 각종 첨단정보기기와 통신
기기를 생산.수출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2000년까지 정보기술협정
체결에 따른 WTO회원국의 첨단정보통신기기에 대한 수입관세철폐는 이분야
국산품의 수출증대를 실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정보기술협정(ITA)이 이번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 체결이 안되더라도
97년2월말의 협상시한까지는 타결되리라는 낙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캐나다 등 일부 서방 선진국들이 들고 나온
"노동과 무역과의 연계방안"은 우리나라의 입장을 아주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 넣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이 된 처지에 노동과 무역과의 연계방안을
반대하기 어려운 이면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국내경제
상황과 아시아개도국과의 경제관계에 비추어 볼때 100% 찬성할 수도 없는
미묘한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게 될 의제가 바로 "노동과
무역과의 연계방안"이라는 것이 참가국 대다수의 공통된 의견이다.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노조결성이 자유롭지 못할뿐만 아니라 지나친
저임금이나 미성년 노동자 혹사 등의 상황에서 생산 수출되는 개도국들의
수출품에 대해선 수입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된다는 일부 서방국가들의
"노동.무역 연계방안"에 대해 대다수의 개도국들은 한 목소리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기본적인 노동기준이 전세계적으로 예외없이 준수돼야 한다는 이른바
"사회조항"(Soial Clanse)이 포함된 "노동과 무역과의 연계"를 밀어
붙이려는 일부 서방 선진국들의 움직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풀고 있는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사회조항이 포함된 "노동.무역 연계방안"의 의제 상정
자체를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대다수의 개도국들은 일부 서방 선진국들의 "노동.무역연계" 시도는
개도국들의 임금인상을 가속화시키고 노조결성을 통한 노사분규 빈발로
개도국의 최대 국제비교우위인 저렴한 노동력을 완전히 배제시킴으로써
개도국을 더욱 더 빈곤과 비참으로 몰아넣으려는 국제적 음모라고 보고
있다.

이런 연계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국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타이랜드, 필리핀, 홍콩,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탄자니아, 멕시코 및
브라질 등이다.

인도네시아의 "아리위보오" 통상산업부장관은 최근 "노동자의 인권 및
노동기준과 같은 사회조항의 의제포함을 인도네시아는 반대한다.

왜냐하면 이런사안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책임사항이지 WTO의 책임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WTO의 결의방식은 만장일치제이기 때문에 대다수 개도국의 의사에 반하는
이런 사회조항을 강요하는 일부 서방 선진국의 강요는 끝끝내 반대할 것"
이라고 반대의사를 밝힌바 있다.

이 "노동.무역연계방안"에 대해서 미국.프랑스.카나다와는 달리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 독일 및 스페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정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을 비롯한 이들 선진국들은 그들의 주요한 경제적 파트너들이
대부분의 아시아 개도국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비위를 거슬러가면서까지
"노동.무역 연계"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투자액중 70%이상이 아시아개도국(중국포함)에
집중돼 있고 또 총무역에서 일본.중국.ASEAN에 대한 수출비중이 50%, 수입
비중이 40%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때 이들 국가와의 경제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맹목적으로 미국.프랑스.카나다를
따라가는 대신 일본, 영국, 독일, 호주처럼 아시아개도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현실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정부는 우리의 국가적 이익을 추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경제활동을
도와주는 방향에서 WTO와의 관계를 유지,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