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슈퍼 편의점등 유통업계가 불황의 그늘에 눌려 몸살을 앓고 있다.

불황을 덜 타는 외식업체와 호텔까지도 매출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가 전 산업부문으로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어두운 연말시장경기 실태를 부문별로 짚어본다.

<<< 백화점 >>>

서울 주요 백화점들의 올 마지막 임시 바겐세일은 썰렁했다.

연말경기가 바닥임을 확인할수 있게 해줬다.

세일때마다 서울시내 교통이 마비되곤 했지만 이번 세일때 백화점주변
도로와 매장은 한산했다.

그레이스백화점은 이번 세일매출액이 작년 같은기간보다 6.1%나 줄어들었다.

매출이 오히려 뒷걸음치고만 것이다.

그레이스는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매출이 30%이상 늘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세일매출이 6% 늘어나는데 그쳤다.

새로 낸 부산점이 41%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서울점포의 경우 매출이 잘
해야 지난해 수준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도파백화점도 송년세일매출이 작년보다 1.4% 늘어났다.

3억여원이 증가하는데 그친 것이다.

롯데 신세계등 대형백화점도 매출이 가까스로 10%를 넘어섰다.

그러나 기존점포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성장률은 절반수준으로 떨어진다.

이같은 매출부진은 불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기업들의 연말 보너스와 성과급등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다.

신세계백화점부설 유통산업연구소장 이동훈상무는 "불황으로 증시가
폭락하고 제조업체들이 도산하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며 "이같은
소비부진으로 소매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재래시장 >>>

재래시장도 불황을 심하게 타고 있다.

서울 동대문 남대문시장등은 올연말 예년에 비해 20%이상이나 매출이 줄고
있다.

동대문시장의 대표적 시장인 광장시장의 경우 올 연말엔 하루평균 지방
소매상을 태운 전세버스가 예년의 절반수준인 15대가량만 올라오고 있다.

"일반소비자의 경우도 요즘은 평소의 하루평균 2만명에 비해 20%이상
줄었다"고 시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광장시장의 한 상인은 "지난해까지만해도 점포를 임대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으나 올들어서는 장사가 안되 문닫는 사례가 잇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도 예년에는 일반소비자들이 하루평균 40만명이상 찾았으나
올연말에는 3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 슈퍼 / 편의점 >>>

슈퍼.편의점에도 경기침체 여파가 미치고 있다.

LG유통 해태유통 한화유통등 슈퍼마켓체인업체들은 연말로 접어들면서
매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LG유통 슈퍼마켓공산품팀 공세연부장은 "고가품을 판매하는 백화점보다
경기를 덜 타는 업종인데도 상반기보다 매출이 10%정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편의점들도 연말 매출증가율이 지난해 수준에 못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마스 특수와 연말연시선물및 망년회관련 수요가 예년같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훼미리마트 LG25 로손등 편의점들은 이에따라 각지역 점주들에게 영업력을
총동원해 매출을 늘리고 결품을 방지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외식업체 >>>

외식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외식업의 연중최대성수기인 연말을 맞았음에도 대부분 업체들의 매출실적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거나 한 자리수 성장에 머무르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코코스의 경우 11월 점포평균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코코스의 강호중과장은 "매출은 늘어나지 않았지만 인건비등 관리비는
지난해보다 20%이상 늘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피자전문업체인 도미노피자도 11월 매출증가율이 5%대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30%를 넘어섰었다.

허식 도미노피자 부장은 "10-11월 매출증가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둔화됐다"
며 12월들어서도 매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설명했다.

KFC도 11월 매출증가율이 10%대로 지난해의 30%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 호텔 >>>

호텔업계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이 대규모 송년 행사자체를 자제하고 있는데다 규모도 줄여
썰렁한 연말을 맞고 있다.

신라호텔의 경우 지난해 이맘때면 400-500여명을 수용하는 다이너스티룸
예약이 완료됐지만 올해는 건수가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따라서 대형 연회장을 3,4개로 쪼개 100여명 단위로 소규모예약까지 받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송년행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이 여파로 연말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0%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연회행사가 줄어든 반면 가족단위및 소규모 친목모임이 늘고 있다.

모임도 예년에 비해 실속을 따지는 추세다.

지난해는 1인당 6-7만원대의 식사가 주류였으나 올해는 4-5만원대의 코스를
선택하는 사람수가 부쩍 늘었다.

또 주류의 선택도 비싼 위스키를 자제하고 와인을 즐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