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으로 승부를 건다"

세계최대 종합전기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과감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앞으론 제품을 만드는 것 하나만으로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GE는 일찌감치 의료기기 방송 금융업 등 이른바 떠오르는 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대신 광산 등 "20세기적" 사업은 과감히 잘라버렸다.

이렇게해서 GE는 100개가 넘던 사업분야를 우주항공 가전 금융 의료기기
방송 정보서비스 등 13개로 정리했다.

전략사업단위도 43개에서 <>기존의 전략사업 <>첨단산업 <>서비스산업
3개로 대폭 줄였다.

이중에서도 GE가 가장 관심을 갖고 확장을 꾀하고 있는 분야가 서비스산업
쪽이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껏 GE를 떠받쳐온 제조업부문이 치열한 경쟁으로 성장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GE의 제조업관련 부문은 한자릿수 성장에 그치고 있다.

제품 사이클도 대폭 단축됐다.

아무리 복잡한 제조기술도 모방이 쉬워졌다.

그만큼 제조업만이 누릴 수 있었던 경쟁력 우위분야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GE의 선택은 오직 하나뿐.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서비스업분야의 개척이다.

현재 회사 전체 이익의 60%가 서비스업 관련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80년 16.4%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앞으로 이를 8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GE는 이 목표치를 향해 한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 회사의 올 매출은 78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에 비해 11.4%늘어난 규모다.

예상 이익 또한 12.1%증가한 74억달러.

이같은 고속성장의 배경에는 변신을 위해 사들였던 금융 등 서비스업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13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비은행
금융기관인 GE캐피털이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의 매출규모는 지난 85년 38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 265억달러로 무려 7배나 늘어났다.

이익도 35억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GE에는 더할나위없는 효자다.

지난 86년 손아귀에 넣은 NBC도 제조업 중심의 GE사업구조를 바꾸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이 방송사의 전체매출은 40억달러로 인수할 당시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었다.

7억3,800만달러에 달하는 이익도 내고 있다.

GE의 첨단의료기기사업도 GE의 서비스산업으로의 무게중심이동에 화답하고
있다.

GE메디컬시스템은 현재 컬럼비아 헬스 센터가 직영하는 300개이상되는
체인병원에 의료영상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작년에는 이들 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쟁사제품을 포함한 의료장비
애프터서비스 계약까지도 끌어냈다.

또 최근에는 아예 병원경영진을 위한 경영컨설팅업무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GE의 서비스업에 대한 사랑은 이처럼 관련 기업인수 또는 새로운 자회사
설립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발전설비 등 기존 전략사업에도 AS보수 등 관련 서비스업의 개발붐이 일고
있다.

이른바 유기적인 "먹이사슬"을 구축하자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항공기 엔진사업의 경우 최근 영국항공(BA)과 향후 10년동안
이 항공사의 거의 모든 엔진을 유지 보수하는 23억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 파는 것 못지않게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발빠른 변신이 GE를 "미국에서 주가가 가장 비싼 회사" "미국
최우수 기업"으로 만들었다.

떠오르는 사업을 보는 경영진의 혜안과 이를 밀고나가는 추진력의
결실이다.

< 김수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