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세계무역기구) 출범이후 첫 각료회의가 열린다.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UR(우루과이 라운드)협정의 이행상황 평가에서부터
환경 노동 부패라운드등 새로운 이슈(뉴라운드)에 대한 논의 개시, 중국등
주요 교역국의 가입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항들이 논의될 전망이다.

회원국들은 각료회의에 대비, 지난 3월부터 이들 사항에 대한 사전 조율
작업을 벌여 왔다.

그러나 회원국들간의 경제발전 정도가 서로 다르고 이해관계도 얽히고 설켜
합의도달에 실패한 분야가 적지 않다.

따라서 주요 쟁점들은 이번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의제에 대해 회원국들의 견해차이가 크긴 하지만 환경 노동등을
무역과 연계시키려는 새로운 시도와 다자간 투자규범 제정 논의가 본격화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회의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들을 정리한다.

<> 섬유협정 이행 =파키스탄 홍콩등 수출국들은 <>섬유감시기구(TMB)의
감독기능 취약 <>수입국들의 무분별한 수입제한조치등으로 섬유협정 이행이
부진하다며 이번 각료선언에 섬유협정의 이행보장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EU등 수입국들은 섬유협정 이행 논의에 우회수출등
수출국의 협정위반문제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다량의 섬유쿼터를 이미 보유한 우리로서는 쿼터품목을 통합할 경우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을 잠식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무역과 노동기준 =다자간 무역체제를 구축하면 핵심근로여건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고 WTO에서 그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 초점.

그러나 실질적인 논의 배경에 대한 시각차로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

개도국들은 이 의제에 선진국들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입장이다.

낮은 노동기준에서 비롯된 저임금을 구조적으로 막아 개도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포석으로 보는 것이다.

미국 프랑스는 논의를 시작하자고 강하게 주장하지만 영국 일본은 소극적
이다.

개도국들은 논의자체를 반대하며 WTO보다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논의
하는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강한 집착에도 불구, 이번 각료선언에 포함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 무역과 투자 =시장접근 개념이 무역조치에서부터 투자까지 확대됨에
따라 투자부문의 포괄적 다자간 규범을 제정하는 논의다.

캐나다와 일본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논의개시 여부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등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UNCTAD(유엔무역개발
회의)가 적당한 논의 장소라며 반대입장이다.

그렇지만 개도국들이 섬유등에서 선진국들의 양보를 얻어낼 경우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

<> 무역과 경쟁 =국경장벽을 완화하는 효과가 커지도록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대상으로 다자간 규범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EU 일본 홍콩등이 논의개시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반덤핑이슈로 논의가 확산될까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홍콩등도 반덤핑등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무역조치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EU의 입장에는 반대하고 있다.

우리는 WTO경쟁정책에 반덤핑 논의까지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선진국들이
반덤핑제도를 남용하는 문제점을 간접 지적하겠다는 입장이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