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통령선거(97년12월18일)를 1년 남겨놓은 시점에서 여야의 대권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신한국당의 경우 차기주자로 거명되는 거의 전원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조기경선을 요구하거나 경선에 대비한 "대의원포섭"에 들어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 주자들은 이미 사실상의 경선캠프를 운영하고 있고 대중적
지지기반 확대와 당내 세확산에 돌입한 상태다.

이와함께 대권주자들간의 합종연횡 움직임도 일고 있다.

야권의 경우 이제까지 정치적 성향이나 지지계층및 지역기반등을 감안할때
DJ와 JP가 각각 독자출마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분위기였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양자간에는 내각제개헌을 연결고리로 해 후보단일화를
위한 물밑접촉이 계속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함께 신한국당의 일부 차기주자가 여권에서 이탈, 야권과 연대할
것인지에도 정치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신한국당 김윤환 상임고문과 자민련 김용환총장의 지난 5일저녁 회동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던 것은 바로 여야의 벽을 넘는 합종연횡의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대 관심사인 양김간의 후보단일화와 그에따른 여권일부의 이탈문제는
그러나 다소 시간이 지나봐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에반해 연말 연초를 지나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신한국당 대권
주자들의 거취표명등은 여권의 차기경선구도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정치권의 관심은 일단 이들의 행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신한국당 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은 7일 "대통령선거가 시기적으로 아직
멀었기 때문에 대권논의가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것은 옳지 않으며 전당
대회는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에서는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에 별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여권 차기주자들은 어차피 내년초에는 당내경선절차문제와 당헌
당규개정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수 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대권논의의
공개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핵심부에서는 경선과 관련된 당헌 당규의 개정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당헌등의 개정에 반대한다기보다 개정논의 자체가 조기경선논쟁을
촉발할 것을 우려해 그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의 규정상 후보등록을 하려면 전국의 8개이상 시도에서 대의원 50명
이상씩의 추천을 받도록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1~2명의 후보만 등록이 가능
하다.

이는 현직 대통령인 당총재가 사실상 후보를 지명하게 되는 상황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어 불공정 시비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대권주자들은 당내경선의 중요한 변수인 김심이 "본선"에서의 승리가능성에
절대적인 비중이 두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세가 취약한 소위 영입파인 이회창 박찬종상임고문등이 경선에 대비한
당내지지세 확보보다 유권자를 직접 겨냥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고문의 "더러운 정쟁" 발언은 김심보다 국민을 상대로 세를 쌓아가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박고문 캠프가 여론의 흐름에 최대 관심을 두면서 "여론조사 1위"를 강조
하고 있는 것도 은근히 김심을 자신에게로 끌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당내세가 비교적 탄탄한 민주계의 최형우 김덕룡의원이나 민정계의 이한동
김윤환의원등이 "새로운 지도자"상에 접근할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권레이스는 이미 시작됐고 전당대회때까지 전력투구하는 일만이 김심과
본선승리 모두를 획득하는 길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주자는 없다.

다만 최근들어 흔히 얘기하는 9룡중 이미 몇명은 "킹메이커"쪽으로 선회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연말을 넘기면서 일부 주자들간에 제휴관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영입파인 한 인사와 당내세가 탄탄한 한 민주계인사가 역할분담에
합의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당분간 개별행보를 하면서 세의 극대화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의 움직임은 새해예산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주를 고비로
본격적인 대권행보의 모습을 띨 전망이다.

각종 지지그룹의 송년모임등에 참석, 사실상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강연행보도 더욱 열기를 띨 전망이다.

"강연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이회창고문은 오는 12일 대기업기획조정실장들
을 상대로 흑자경영연구소가 개최하는 세미나에 참석, 강연할 예정이다.

8일 일본으로 출국한 박찬종고문은 9일 와세다대학에서 "전후세대가 본
한.일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최형우고문은 10일 부산시지부청년연합회 결성식에 참석한뒤 11일과 13일
에는 각각 대구대학과 서강대학에서 "경제회복과 정치"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는등 연말까지 빽빽한 일정이 짜여 있다.

김덕룡의원을 비롯한 다른 대권주자들도 각종 강연회나 송년모임에 참석
하는등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