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명예퇴직 신드롬 .. 추창근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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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직바람이 몰고온 "고개숙인 남자"신드롬이 번지고 있다.
한해가 저무는 세밑의 어두운 풍경이라 더 을씨년스럽다.
언제 명예퇴직의 이름으로 오랜 삶의 터전에서 내쫓길지 모르는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너도나도 자격증 하나라도 따놓기 위해 법무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심지어는 요리사양성 전문학원에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아예 제2의 인생을 외국에서 설계하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멀리 이민을
떠나는 사람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남편 기살리기세미나도 열리고 있어 입맛이 더욱 쓰다.
"남편 기살리기 8계명" "퇴직 10계명"이 나오고 있다.
거센 명예퇴직의 회오리 속에서 자신도 언제 당할지 몰라 어깨가 늘어진
남편들의 활기를 북돋우기 위해서는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얘기, 갑자기
다가온 직장에서의 퇴출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족이 합심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간 큰 남자시리즈"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했었다.
참으로 갑작스레 달라진 세상이다.
우리 경제가 정말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기업으로서는 사람을 잘라내는게 극약처방이라는 것을 안다.
감원이라는 수단은 우리네 "평생직장"의 풍토 속에서 기업이 여간 어렵지
않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엊그제 우리나라 재계의 수장이라는 분은 국가최고통치자인
대통령에게 "회장부터 말단사원까지 5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등의 긴급명령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걸음 더나가 "경상적자규모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2백억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며 "나라
망가뜨리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라고 어조를 높여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로서는 이런 발언이 몰고올 파장을 예견하지 않았을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가 파탄에 이른다"는 그의
우려가 갖는 엄청난 중압감이 그런 주장까지 하도록 내몰았을 게다.
우리 경제가 왜 이 모양이 됐는가.
지난 30여년동안의 고속압축성장으로 기적을 일궈낸 한국경제가 지금
심하게 비틀거리고 있다.
한국상품은 경쟁력을 잃고 세계시장에서 점차 천덕꾸러기가 돼가고 있고
국민은 겨우 1만달러소득의 문턱에서 벌써 과소비풍조에 젖어있다.
정치권이 대권싸움에 세월가는지 모르고 있을때 기업은 활력을, 정부는
중심을 잃었다.
정책의 일관성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기업활동의 걸림돌로 수없이
지적돼온 규제는 실제로 풀린게 거의 없다.
특히 이번 노동법개정안은 노와 사 모두의 요구를 반영하려다보니
실제로는 어느쪽의 이야기도 듣지 않아 노사 양측의 반발을 동시에 사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 수많은 가장들을 "고개숙인 남자"로 만든 것도 따지고 보면 나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모든 형태의 "비틀거림"이다.
곰곰이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명예퇴직의 거센 회오리를 맞아 풀죽어 고개숙이고 있는 40-50대
샐러리맨들 그들은 누구인가.
개발연대이후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뤄낸 자랑스런 한국의 장년세대들이다.
그들에게는 신발 한켤레라도 더팔기 위해 낯설고 물선 곳을 밤낮없이
누비고 다닌 죄, 한눈 팔지 않고 그저 앞만보고 달려온 죄밖에 없다.
그런 한국경제의 중추세대가 지금은 경제위기라는 이름의 십자가를 매고
삶의 터전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그들이 지금 있는 자리, 있어야 할 자리를 생각해보자.
한가정의 기둥, 사회의 중추, 경제의 중심이자 나라의 근간이다.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서있는 "고개숙인 남자"들의 위기는 가정 사회 경제
국가의 또다른 위기이다.
힘있고 일할 의지가 넘쳐나는 국가자원의 엄청난 손실이다.
물론 기업의 감원은 불가피한 선택인 측면이 많다.
기업은 "이윤추구"라는 본연의 목적과 "고용창출"이라는 사회적 기능
사이에서 다른 모든 수단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에 닥쳤을때 생존을 위해
감원이라는 극약처방도 내릴 수 있다.
기업이 망한 뒤에는 근로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배려"가 필요한 때다.
지금 한국경제의 위기는 구조적이라는 측면에서 "명퇴신드롬"이 한번
지나가고 마는 현상은 아닐 것이라는 점에서다.
일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다시 어깨펼 수 있도록 하는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마련할 수 있을게다.
정부도 가만 있을때가 아니다.
나라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도 그들의 경험은 소중하다.
그들의 경륜과 능력과 의욕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버지.
사랑을, 행복을, 용기를.
입에 담지는 못하지만 그는 이 세상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에게
행복해하고 당신을 위헤 모든 것을 버릴 용기를 감춰두고 있는 이다"
(소설"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의 서문중에서)
여기서의 "당신"은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오늘날 "명퇴세대"에 있어서
그의 가정이자 회사이며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
한해가 저무는 세밑의 어두운 풍경이라 더 을씨년스럽다.
언제 명예퇴직의 이름으로 오랜 삶의 터전에서 내쫓길지 모르는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너도나도 자격증 하나라도 따놓기 위해 법무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심지어는 요리사양성 전문학원에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아예 제2의 인생을 외국에서 설계하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멀리 이민을
떠나는 사람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남편 기살리기세미나도 열리고 있어 입맛이 더욱 쓰다.
"남편 기살리기 8계명" "퇴직 10계명"이 나오고 있다.
거센 명예퇴직의 회오리 속에서 자신도 언제 당할지 몰라 어깨가 늘어진
남편들의 활기를 북돋우기 위해서는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얘기, 갑자기
다가온 직장에서의 퇴출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족이 합심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간 큰 남자시리즈"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했었다.
참으로 갑작스레 달라진 세상이다.
우리 경제가 정말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기업으로서는 사람을 잘라내는게 극약처방이라는 것을 안다.
감원이라는 수단은 우리네 "평생직장"의 풍토 속에서 기업이 여간 어렵지
않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엊그제 우리나라 재계의 수장이라는 분은 국가최고통치자인
대통령에게 "회장부터 말단사원까지 5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등의 긴급명령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걸음 더나가 "경상적자규모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2백억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며 "나라
망가뜨리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라고 어조를 높여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로서는 이런 발언이 몰고올 파장을 예견하지 않았을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가 파탄에 이른다"는 그의
우려가 갖는 엄청난 중압감이 그런 주장까지 하도록 내몰았을 게다.
우리 경제가 왜 이 모양이 됐는가.
지난 30여년동안의 고속압축성장으로 기적을 일궈낸 한국경제가 지금
심하게 비틀거리고 있다.
한국상품은 경쟁력을 잃고 세계시장에서 점차 천덕꾸러기가 돼가고 있고
국민은 겨우 1만달러소득의 문턱에서 벌써 과소비풍조에 젖어있다.
정치권이 대권싸움에 세월가는지 모르고 있을때 기업은 활력을, 정부는
중심을 잃었다.
정책의 일관성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기업활동의 걸림돌로 수없이
지적돼온 규제는 실제로 풀린게 거의 없다.
특히 이번 노동법개정안은 노와 사 모두의 요구를 반영하려다보니
실제로는 어느쪽의 이야기도 듣지 않아 노사 양측의 반발을 동시에 사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 수많은 가장들을 "고개숙인 남자"로 만든 것도 따지고 보면 나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모든 형태의 "비틀거림"이다.
곰곰이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명예퇴직의 거센 회오리를 맞아 풀죽어 고개숙이고 있는 40-50대
샐러리맨들 그들은 누구인가.
개발연대이후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뤄낸 자랑스런 한국의 장년세대들이다.
그들에게는 신발 한켤레라도 더팔기 위해 낯설고 물선 곳을 밤낮없이
누비고 다닌 죄, 한눈 팔지 않고 그저 앞만보고 달려온 죄밖에 없다.
그런 한국경제의 중추세대가 지금은 경제위기라는 이름의 십자가를 매고
삶의 터전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그들이 지금 있는 자리, 있어야 할 자리를 생각해보자.
한가정의 기둥, 사회의 중추, 경제의 중심이자 나라의 근간이다.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서있는 "고개숙인 남자"들의 위기는 가정 사회 경제
국가의 또다른 위기이다.
힘있고 일할 의지가 넘쳐나는 국가자원의 엄청난 손실이다.
물론 기업의 감원은 불가피한 선택인 측면이 많다.
기업은 "이윤추구"라는 본연의 목적과 "고용창출"이라는 사회적 기능
사이에서 다른 모든 수단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에 닥쳤을때 생존을 위해
감원이라는 극약처방도 내릴 수 있다.
기업이 망한 뒤에는 근로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배려"가 필요한 때다.
지금 한국경제의 위기는 구조적이라는 측면에서 "명퇴신드롬"이 한번
지나가고 마는 현상은 아닐 것이라는 점에서다.
일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다시 어깨펼 수 있도록 하는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마련할 수 있을게다.
정부도 가만 있을때가 아니다.
나라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도 그들의 경험은 소중하다.
그들의 경륜과 능력과 의욕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버지.
사랑을, 행복을, 용기를.
입에 담지는 못하지만 그는 이 세상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에게
행복해하고 당신을 위헤 모든 것을 버릴 용기를 감춰두고 있는 이다"
(소설"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의 서문중에서)
여기서의 "당신"은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오늘날 "명퇴세대"에 있어서
그의 가정이자 회사이며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