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균 <연합기계할부금융 사장>

요즘 우리경제의 문제점을 "고비용.저효율구조"로 특정짓고 그 처방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정말 고무적이다.

"고비용"은 "금리, 임금지가의 3고"또는 고물류비와 고규제를 합한
"5고"로 요악된다.

정부는 고비용구조를 개선키위해 지준율을 낮추고 공무비급여를 동결하는
한편 미분양공업용지의 분양가를 낮추고 SOC확충사업에 박차를 가하는등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규제완화"에 관한한, "건수는 많지만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없다"는게 항상 되풀이 되는 국민의 반응이다.

왜 그런가 국내의 "공장설립인허가"절차를 보면 이유를 쉽게 알수 있다.

우리나라는 평균 58단계, 925일 336건의 서류가 들어가는데 반해
미국은 9단계, 175일, 23건의 서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 비해 6배내지 15배정도의 번거로움이 따르는 셈이다.

일본 대만과 비교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같은 상황이니 국민의 반응이 그렇게 나올수 밖에 없다.

IMD보고서가 한국을 49개국 가운데 27위로 평가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하나의 묘안(?)을 제기해 보고싶다.

"행정도 하나의 고품으로 보고 판매경쟁을 시키라"는 것이다.

일례로 공장설립허가에 관련해 복수의 관청과 담당관을 두고 업무 처리의
친절성과 신속성및 기타사항등을 경쟁시키고 비교평가하여 여론이나 평가가
나쁜경우 이들을 도태시키는 방안을 강구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가능한 모든 행정업무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그리고 대국민서비스의 정신과 노력을, 감사원의 중점감사사항으로
채택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은 특정기관이나 특정담당자의 독점상품일뿐이다.

고객인 국민은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독점상품인 행정을 독점기업인 행정기관이 경쟁없이 독점판매하고 있는한,
규제의 완화나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중세의 시민들이 전제군주 "자유권과 그 사상적바탕을 이룬 야경국가론"
(국가는 밤도둑만 지켜주고 일체의 간섭을 안해야한다는)근대복지국가에서
또다시 그 향수를 풍기는 것은 오늘날의 정부경제라도 간섭이, 금세기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증거다.

어런 현상 역시 행정서비스의 독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도 예컨대 양혜왕이 맹자의 권고에 따라 경쟁체제로
선정을 펴서 백성을 올바른데로 이끄는 한편 영사의 확장을 도모한 모습이
보인다.

우리행정도 이처럼 경쟁상품화 된다면 선진국 진입이 크게 앞당겨 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