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이 펴낸 "남북한 경제사회상변화"란 자료를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해마다 격차가 더욱 벌어져 올해 각각 20.3대1과 10.5대1이 된 국민총생산
(GNP)및 1인당 GNP의 남북비율이 일종의 성취감을 주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7,000만명에 근접한 남북 총인구에서 분단후출생자 점유율이
83.9% 휴전후 출생자가 75.5%란 사실은 조금 가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분단의 진짜 비극을 극화시킨다.

구매력분석을 통한 북의 참혹한 생활상과 남측의 과소비 대비는 바로
민족적 해학이다.

뒤돌아 보면 금석지감이 있다.

믿기지 않을지 모르나 분단 후 오랫동안 경제수준이나 규모에서 북측이
남한을 압도했었다.

북은 자원 전력 시설 계획경제등 여러면에서 유리했고, 북난민의
인구부담은 남한을 더욱 핍박했다.

과잉 인구를 산업 예비군으로 바꾼 남측의 개방적 경제개발과, 자력갱생
집착끝에 패쇄성을 고착시킨 북의 과오는 사태를 완전 뒤바꾸었다.

GNP가 64년, 1인 GNP는 73년께 역전을 개시, 90년 공산권 몰락 이후론
북한은 성장 아닌 위축일로여서 격차는 확대만 되어 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제력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사무원 월급 70원으로 암시장 쌀 2.8kg, 달걀 단 한개 값이 안되는 주민
생활상을 본다면 바깥세계의 사고방식으론 북한체제가 이미 붕괴했거나 곧
무너지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그런데 그 반대의 현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저들은 올들어 잠수함 9척을 더 사들이고 노동1호 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준비하는 등 전쟁준비에다 핵봉인 중지, 제네바합의 파기, 미군철수, 말하지
않는 4자회담불참 등 미국에 대한 협박에서 한걸음 후퇴의 기미도 없다.

한국은 숫제 대화상대도 아니라는 오만스런 몸짓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버틸때까지 버텨 미측의 기를 꺾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족하다는 양동-기만 전략인가, 아니면 남쪽 핵심시설의 전격 파괴로
기선제압후 정치협상을 유도할 승산을 철저히 계산해 낸 고도의
군사전략인가.

감이 안 잡힌다.

여기 확답을 내놓긴 누구도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공중정찰 정보분석등 어떤 우수한 컴퓨터 능력으로도 간파하기
힘든 부분 때문이다.

바로 북한이란 체제의 힘, 충성심등 군-주민 조직화의 정신적 강도가
그것이다.

타산지석도 있다.

한때 곧 망하리라던 이라크 이란 리비아 쿠바등 미국대항 독재국들은
강한 생명력으로 내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지피지기 상대의 강점과 우리의 약점을 규찰함에
겸손해야만 승자가 될수 있다.

북한은 곧 망한다는 공공연한 장담도 결과적으론 득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꾸준히 경제력 정신력을 키우되 전쟁아닌 평화와 교류기회의 포착에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 세대, 내 임기에 통일을 이루거나 최소한 어떤 발자취를
청사에 남기겠다는 욕심 또한 금물이다.

그럴수록 저들은 지연전략 벼랑위 전략으로 평화를 위협한다.

꼭 먼저 할 소중한 과제는 얼마 안남은 이산가족간 서신왕래, 고령자
상면의 소성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