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수 < 코미트 M&A(주) 사장 / 경영학박사 >

아주 오래전 노래와 춤을 즐겼던 우리 선조를 규율하는 데는 오직 8조의
법만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점차 사람의 수가 많아지고 조직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수많은
법률이 제정되었고 법률 상호간 상하위 개념이 도입되었다.

한 국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이 헌법이고 상거래의 근간이 되는 것이
상법이며 한 회사의 내부와 이해 관계 당사자들간 거래에 관한 기본 규정이
정관이다.

회사의 정관은 상위법이나 다른 법률에서 정하지 아니한 법적인 해석이나
경영방침 등을 정하고 있으므로 인수.합병시 회사에 대한 실체를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 중의 하나가 된다.

특이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단행되는 적대적 기업 인수시 정관 검토는
예비 조사 과정에 있어 필수적이다.

이때 중점적으로 살펴볼 사항은 잠재 주식인 사채의 발행에 관한 사항,
신주 인수권에 대한 특별 규정, 이사회 구성 주주총회의 결의 방법 및 의결권
사항, 그리고 재무제표의 작성.비치 및 그 열람에 관한 사항 등이다.

또한 정관이 다른 실정법에 어긋나는 사항을 정하고 있기도 하므로 이러한
규정이 특정인을 위한 것인지도 조사하여야 한다.

이제 증권거래법의 대폭적인 제도 개편을 목전에 두고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일부 불순 세력들의 주식 매집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아예 기업탈취를
시도하고 있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최근 상장회사의 정관은 방어 수단으로 새로운 조항들을
여기 저기 첨가하여 그 표준형에서 급격히 멀어져 가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아주 오랜 그 옛날과 같이 노래와 춤을 즐기는 단일민족
임에는 변함없으나 이렇게 너덜너덜해지는 기업의 정관은 세상의 척박함이나
후안무치를 반영하는 듯하여 씁쓸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