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을 공략하라"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수출의 활로로 신흥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아시아와 동유럽 중남미 등에 산재한 신흥시장은 천연자원과 인구 면에서
막대한 성장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선진국과 후발개도국의 중간에 있는
한국기업들로서는 신흥시장의 소비자들이야 말로 가장 큰 수요계층이 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 1-10월의 수출실적에서도 성숙시장인 선진국 수출은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한 반면 아세안 중남미 등 신흥시장 수출은 20%
안팎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신흥시장공략에는 많은 위험부담도 따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동남아와 중남미 서남아 동유럽의 대표적인 신흥시장인 말레이시아 주재
무역관장으로부터 신흥시장의 동향과 거래시 유의사항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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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빈 < 콸라룸푸르 무역관장 > ]

금년 9월말 현재 우리의 대말레이시아 수출은 37%나 증가한 30억달러에
달해 전년도 연간 수출실적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로 인해 8대 수출
대상국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가 지난 88년부터 연평균 8%이상의 지속적인 고도경제성장
으로 경기가 절호조에 달하고 있고, 이에 편승한 수입수요도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말레이시아의 경제성장은 성공적인 외국인투자 유치에 기인하고
있다.

금년 8월말까지 외국인의 말레이시아에 대한 제조업 투자규모는
4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조업중인 외국계 회사도 4,000여개나 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국업체가 완제품 조립산업 위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기계 혹은 설비, 중간재 및 부품 등 연관산업(Supporting Industry)
구조가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95년도 말레이시아 전체 수입의 80%에 상당하는 670억달러가 이러한
자본재 수입이고 보면 말레이시아에는 상당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지만
외국 수출기업에는 기회의 시장이 되고 있다.

최근들어 우리상품의 현지시장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시장진입
선두주자이자 경쟁국인 일본을 비롯 대만 중국 등의 시장점유율을 서서히
잠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계류, 전자 및 자동차 부품, 기계요소 및 공구 등의 제품에서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는 바이어의 목소리나 현지 수입통계에서도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특히 기계류의 경우 대부분의 사용자가 설비교체 시기를 맞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저렴한 중국 혹은 대만산을 사용하던 바이어들이 오히려
한국산 선호로 구매양상이 바뀌고 있다.

동남아시장의 공통적인 특성이기도 하지만 말레이시아 상권은 대부분
중국계 화교들이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다수의 바이어보다는 1~2명의 유력 에이전트를 선정하여 마케팅을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더 늦기전에 동남아의 떠오르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더불어 내년에는 1~2명의 현지 거래선을 확보하는
우리 중소기업이 더욱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