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안규철씨(41)가 27일~12월2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스페이스서울 (737-8305)과 관훈동 학고재화랑 (739-4937)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절제된 조형언어로 형상화해 온 안씨가
이번전시회에서 발표할 작품은 "사물들의 사이"를 부제로 한 근작 20여점.

작품속의 사랑이라는 단어가 양각돼 있는 망치, 물을 향해 헤엄치는
테이블위의 그림물고기, 손잡이가 다섯개 달린 "예술"이라는 이름의 문,
접을수 있는 2개의 나무판에 새겨진 2개의 손등, 기억이라는 글자가
촘촘한 구멍으로 투각된 국자, 대리석렌즈로 채워진 알이 다섯개인 안경,
구두굽을 대신해 다른 구두의 코를 밟고 서있는 3켤레의 구두 등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시대적 문제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꿰뚫기 위해
설정한 오브제들.

이처럼 모순된 오브제들의 배열을 통해 우리시대의 아픔을 냉정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형상화하고 있는 작가는 모순된 상황설정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묵직하게 처리해 힘들이지 않고 작품을 이해할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독일 유학중 제작한 것을 포함, 4년간의 근작들로 이뤄진 출품작들은
옷이든 구두든 망치든 모두 작가가 직접 수공으로 제작한 것.

바느질에서 대패질까지 모두 직접 함으로써 대량 생산시대의 가치관을
타파, 현대의 제문제들을 질타했다.

도상파괴적인 개념적 조각을 추구, 난해한 느낌을 주지만 전달하려는
이미지를 깔끔하게 압축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쉽게 바라볼수 있도록
처리했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안씨는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했고 프랑스
세르주퐁트와즈 국립미술학교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대학에서
수학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