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금 조달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포기, 연기, 발행물량 축소, 금리 인상 등 발행조건 악화가 최근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얻어 오는 성적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량 채권으로 꼽히던 코리언 페이퍼(한국물)들이
최근들어 일부이기는 하지만 계륵같은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일반채권 보다는 증권연계상품(에쿼티 리레이티드)에서 더욱
심각하고 일반기업들보다 은행들이 더욱 심각해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OECD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당장 은행들과 기업들의 해외싼 자금
조달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금융계는 발행물량의 갑작스런 증가, 국내 증권시장의 침체, 국제수지 적자
확대로 한국물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점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종금사등 금융기관에 대한 인수합병이 불붙으면서 해외의 전주들이
이를 경영권 불안으로 해석하는 경향도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에서는 은행들이 무더기로 해외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한국물 시장
전체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주식연계 증권의 대표적인 종목인 DR은 국내증시의 침체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의 경우 당초 2억5000만달러의 해외주식 예탁증서를 발행키로 했던
조흥은행이 1억8000만달러로 물량을 줄여 1%의 프리미엄으로 자금을 조달
했고 하나은행도 발행액을 700만달러 줄여 불과 6%의 프리미엄으로 DR를
발행했다.

장기신용은행은 발행계획을 무기연기했고 보람은행도 발행일자를 잡지
못하고 있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지난 9월24일 국민은행이 3억달러의 해외증권을 발행한 것을 시발로
국내 은행들이 무더기로 해외증권을 발행하면서 제조업체들의 자금조달이
핍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11월까지 해외증권 발행총액은 22억5000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동기의 21억7700만달러를 넘어섰지만 이중 5억5000만달러를 금융기관들이
차지해 순수한 제조업체의 자금조달은 오히려 5억달러 가까이 급감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상업 한일 신한은행이 각 2억달러씩 해외증권을 발행하게
될 내년 상반기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제조업체의 경리부장은 "은행들이 지나치게 큰 물건을
내놓은 바람에 국제금융 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은 명함도 못내놓을 지경"이라며
소나기식 증권발행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식연계 증권외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들어 일반채권 발행액은 이미 지난해 30억9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3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고 변동금리부 채권(FRN)은 지난해 실적 23억달러를 이미
넘어서는 등 한국물의 국제금융시장 공급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발행물량이 늘면서 발행조건의 악화는 당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7일 런던에서 1억1000만달러의 FRN을 발행한 기업은행의 관계자는 "금리
조건의 경우 리보에 0.1917%의 호조건을 받았지만 상업차관 등 공급이 크게
늘어날 내년에는 본격적인 발행조건의 악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우려했다.

<>.여기에 새한종금 서울은행 등 특수요인도 가세해 있다.

새한종금은 대주주가 건설사인 거평으로 넘어가면서 신규자금조달이 차질을
빗고 있고 서울은행은 행장의 구속 등으로 대외신인도에 금이 갔다.

건설사는 국제시장에서의 평가가 나빠 그만큼 자금조달 코스트가 높아지고
전주 입장에서도 따지는게 많아 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서울은행은 이번주 발행예정이던 1억달러의 FRN을 내주로 일단
연기해 두고 있는 상태고 새한종금도 신디케이트 론 등에서 입지만회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