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월마트(Wal-Mart).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

"유통혁명"을 얘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유통혁명의 주제어는 "가격파괴"와 "박리다매".

90년대들어 물류혁신과 정보화의 물결을 타고 몰아닥친 유통혁명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판도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가격결정권을 거머쥔 유통업체 앞에서 제조업체들은 꼬리를 내릴수 밖에
없었다.

월마트는 이 유통혁명의 선봉장이었다.

이 월마트가 지금 "사회정화"라는 또 다른 혁명을 진행중이다.

판로확보가 시급한 제조업체와 값싸고 다양한 물건을 찾는 소비자등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두 장악한데서 나오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미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뉴욕타임즈 비지니스위크등 주요 언론매체들이 "월마트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대서특필하고 나설 정도다.

월마트 혁명의 첫번째 타킷은 음반업계.

외설.음란물들이 판치는 음반업계에서 "정의봉"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런 음반들은 "사회정서에 해가된다"(데일인그램 영업이사)는 판단에서다.

월마트는 그래서 음반업계의 움직임에 시시콜콜 간섭하고 있다.

한창 잘 나가는 그룹인 너바나의 타이틀곡 "레이프 미"(나를 범해줘)를
아무런 뜻도 없는 "웨이프 미"로 바꿔 버렸다.

화이트 좀비밴드의 CD(컴팩디스크)표지를 장식했던 누두여인에는 감쪽같이
속옷을 덧칠해 놓았다.

가사에서 특정단어를 지우고 하고 노래 전체를 통째로 빼기도 한다.

물론 직접 "복제"하지는 않는다.

"월마트 판매용"을 제작자에게 따로 주문한다.

지난해 미국내 총 CD판매량(6억1천5백만장)중 10%가량인 5천2백만장이
월마트체인을 통해 팔렸을 정도니 제작자들이 월마트의 요청을 거역하기는
쉽지 않다.

비디오산업도 마찬가지다.

월마트에는 포르노는 물론 왠만한 성인용 비디오도 없다.

월마트판매를 원하면 "문제장면"을 잘라내야 한다.

미최대 비디오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도 이런 월마트의 방침에 동참하고
있다.

월마트혁명에 대한 찬반양론도 치열하다.

가정주부들은 대부분 찬성이다.

아이들 방에서 근친상간이나 존속살인을 부추기는 음반을 발견한 경험이
있는 주부들은 아이들에게 월마트에서만 음반을 구입하도록 명령하고 있다.

폭력 외설물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유통업체의 전횡은 예술의 창작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척 원 미
감독협회 대변인)라는 이유에서다.

유통업자들이 겉으로는 "사회정화의 기수"란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사실은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침해하는 "공포의 가위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할 권리"를 빼앗긴 일부 소비자들도 이런 입장을 지지한다.

또 다른 반대이유는 월마트가 판매망을 볼모로 권력을 남용한다는 것.

장난감무기류를 판매하고 있는 월마트가 어린이에 대한 장남감무기 판매를
비난한 유명 팝가수 세릴크로의 새 음반을 판매금지한 것등이 대표적인
권력남용사례로 지적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누가 월마트를 미국 도덕의 심판자로 임명했는가"
라는 반대논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수요자와 공급자를 모두 "지배"하는 월마트의 위세는 쉽사리 꺽일
것 같지 않다는게 요즘 미국의 분위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