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청바지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80년대초 한때 반짝하고 이내 시들해졌던 패션청바지 열풍이 다시
일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연간 10억달러규모의 미 패션청바지시장을 놓고 신제품개발등
업체간 판매경쟁도 치열하다.

소위 "디자이너 블루진"이라 불리는 패션청바지의 선두주자는 단연
캘빈클라인.

이 회사는 최근 불고있는 패션청바지 "복고풍"에 힘입어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93년 5천9백만달러에 불과하던 패션청바지 매출이 지난해 3억6천1백만
달러로 6배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로 간다면 머지않아 5억달러대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의 절반을 잡아먹겠다는 포부다.

이처럼 패션청바지로 짭짤한 재미를 보자 너나 할것 없이 시장참여를 선언
하고 나섰다.

올해 랄프로렌과 토미힐피거가 캘빈과 비슷한 가격대인 한벌에 50달러 하는
패션청바지를 시장에 내놓으며 캘빈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나카렌도 내년중 2천만달러를 투자, "DKNY" 브랜드 부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한 지아니베르사체, 돌체&가바나, 토드올드햄등 최고급 기성복메이커들까
지도 체면 불구하고 이에 합세했다.

"품위"에 걸맞게 한벌에 1백20~2백달러하는 고가의 패션청바지로 캘빈등과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워져 이같은 마케팅전략이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기를 거부하는 소비자취향이 최근의 패션청바지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같은 소비행태에 편승해 "청바지는 청바지일뿐"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청바지메이커들은 패션화.고급화를 통한 차별성부각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같은 차별화전략은 청바지의 주머니디자인과 리벳등 사소한 부분에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아 튀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식욕을 자극한다.

예를 들어 한벌에 1백35달러에 판매되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리벳에는
제냐의 첫글자인 "Z"가 새겨져 있다.

다른 청바지의 밋밋한 리벳과 확연히 구별된다.

제냐는 주머니안감도 기존의 흰색 일변도에서 탈피해 줄무늬를 그려 넣어
독특한 맛을 살렸다.

또 패션청바지의 선구자격인 마르떼 프랑소와 저버는 상표를 밖으로
끌어내 지퍼덮개위에 부착한 청바지를 개발, 소비자로 부터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들의 상품차별화부각을 위한 광고전도 치열하다.

캘빈은 연간 2천만달러를 광고에 쏟아붓고 있다.

수퍼모델 케이트 모스까지 동원했다.

경쟁업체도 만만치않다.

따라서 각종 패션잡지는 패션청바지광고로 도배를 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엘르"는 지난해 60페이지를 패션청바지광고에 할애했다.

이 잡지는 올해는 1백페이지 그리고 내년엔 1백40페이지로 패션청바지광고
면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패션청바지가 시장을 주도해 나가자 리바이스나 랭글러등 한벌에
20달러짜리 "보통" 청바지는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백화점등 대형의류판매장에서도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미국내 3백24개의 체인망을 갖고 있는 스테이지스토어는 지난해 1백만달러
어치의 캘빈 청바지를 판매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8백만달러로 잡고 있다.

반면 이들 매장들은 20달러짜리 "리(Lee)" 청바지 판매는 중단했다.

패션청바지 팔기에도 바쁜데 굳이 고객이 눈길도 주지 않는 보통청바지를
위해 비싼 장소를 내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과거 미서부개척시대부터 광부등 막노동꾼들이 즐겨입던 작업복의 대명사인
청바지.

업계마케팅전략과 소비자욕구가 맞아 떨어져 지금껏 실용을 강조하던
청바지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패션청바지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김수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