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농구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마이클 조던의 화려한 덩크와 올라주원의 유연한 몸놀림, 찰스
바클리의 파워플레이를 보며 열광한다.

우지원 전희철 등 신세대 스타들이 총출연할 우리 프로농구리그에도 잔뜩
기대가 쏠린다.

그러나 농구를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도리코 농구동호회 "지라프스(Giraffes)"회원들이 그들이다.

지라프스는 기린이라는 뜻이다.

기린은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동물.

농구는 높이와 스피드가 생명이라는 점에서 기린처럼 높고 빨라지고 싶은
회원 모두의 바램을 담은 이름이다.

신도리코 농구동호회는 지난 6월 결성됐다.

농구를 좋아하는 몇몇 직원들이 일과시간이 끝나고 근처 체육관에서
게임을 즐기던 것이 계기였다.

정식으로 동호회를 만들어서 매주 수요일 퇴근후 2시간씩 정립회관
체육관에서 땀을 흘렸다.

5개월이 지난 지금은 회원도 40여명으로 늘어나고 회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모임 횟수도 주2회로 늘어났다.

눈망막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도 치료후에 다시 코트로 나설 정도의
매니아들로만 구성된 코트도 초현대식 시설을 갖춘 성동구민회관으로
옮겼고 전문코치까지 영입했다.

또 고문 윤재갑 영업기획부장 회장 정진동 영업관리과장 총무 이종환
영업기획과장 등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여직원 계열사직원 협력업체 직원까지
모두 40여명의 회원들이 거의 빠짐없이 게임에 참여, 돈독한 우의를 다지고
있다.

농구는 혼자만 잘해서 되는 운동이 아니다.

동료간의 협동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다져진 팀웍은 농구 밖에서도 빛을 발휘, 동료들 경조사를
빠짐없이 챙겨주는 것은 물론 업무에 있어서도 훨씬 협조가 잘 이루어진다.

건강에 좋은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처음에는 단 5분만 뛰어도 얼굴색이 창백해지곤 하던 사람이 지금은
전후반을 풀코트로 뛰고도 힘이 남을 만큼 체력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렇게 몇게임을 뛰고 뒷풀이 자리에 가서
시원한 맥주를 한잔 걸칠 때의 짜릿한 기분.

일상의 찌든 샐러리맨의 모든 스트레스가 저멀리 날아가 버린다.

이런 기분전환이 회사일에도 활력소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신도리코 농구동호회는 요즘들어 더욱 훈련에 열심이다.

내년 초 열리는 직장인 농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올 겨울 피나는 훈련과 실전연습을 쌓아 당당히 다른 회사 농구팀과
실력을 겨루어 볼 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