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업자들이 벌인 "사기극"으로 시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그동안 터무니없는 버스요금을 물어 왔다는 억울함 때문만은 아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서울시 교통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민선시장의
의욕적인 계획으로 버스요금 인상이 실시되었고, 시민들은 경제적부담을
지면서도 대중교통위주의 정책이 하루 빨리 뿌리내려 교통지옥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만성적인 적자라던 시내버스업자들이 수백억원을 뒷돈으로 빼돌려
왔고, 이들과 결탁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이들의 이익을 위해 버스요금
인상을 주도해온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즉 대부분의 시내버스가 고질적인 2중 장부작성으로 실제 수익의 30~50%를
허위로 누락시켰으며, 일부 버스업체에서는 담당 공무원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하여 수년동안 황금노선을 독차지하여 왔던 것이다.

최근 2년간의 버스요금 인상추이를 보면 <>95년8월25일 6.25% 인상한데
이어 <>96년8월1일 19.6%를 상향조정하였다.

이 결과 91년 170원하던 버스요금이 5년후인 현재는 400원으로 인상
되었으니, 배를 넘는 기하급수적인 요금인상을 실현해 왔던 것이다.

이렇듯 엄청난 인상률은 그동안 소비자물가를 앙등시키는데 버스요금이
두번째로 큰 작용을 해 왔음이 밝혀졌다.

정부는 그간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것을 경제시책의 제1순위로 정해 놓고
강력한 시책을 전개했다고 하지만,이렇듯이 물가를 자극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안에 대하여 실효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여 왔던 것도 사실
이다.

흔히 이상적인 경제시책으로"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을 거론하고
있다.

즉 물가의 안정, 적정선의 경제성장, 국제수지를 들고 있다.

이 세가지중에서도 서민가계에 부담을 준다는 의미에서 물가라는 토끼가
단연 앞선다.

서민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준 이번의 버스비리 사건중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희망의 징후"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사건이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로 인해 밝혀졌다는 점이다.

이 시민단체는 서울시측에서 "영세버스업자들을 지원해 대중교통을 강화
하겠다"는 취지로 버스요금을 인상하려 할 때부터 "시내버스는 결코 적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었다.

한국생산성본부에서조차 "시내버스업체는 구조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는 분석보고서를 낸 참이니 이같은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는 그다지 힘을 얻을
수 없었고, 결국 버스요금 인상 정책은 그대로 강행되었다.

현재 생산성본부측은 "버스업자들이 조작된 장부를 제출했기 때문에 그러한
분석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민단체 회원들은 거기에서 물러서지 않고 버스회사들의 비리
사실을 끝까지 추적해 마침내 그들의 파렴치한 착복행위의 꼬리를 잡았다.

만일 이같은 시민단체의 활동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서울시는 버스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지원정책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고,
시민들은 서비스개선도 없이 부당한 경제적 부담만 지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와 동시에 버스요금을 인상한 경기도내 수원 성남 안양 부천 광명
고양시를 대표하여 수원시 경제정의 실천연합회에서도 시내버스 운송사업
경영상태, 횡령여부에 대한 조사, 인상된 버스요금의 재검토,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 수립을 도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시민단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인식시켜 주었다.

서울시와 경기도민의 손으로 뽑은 민선시장과 도지사가 좋은 뜻으로 추진
하는 정책이라 할지라도, 시민과 도민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견제없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

끝으로 현재 우리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 부정부패는 그것을 방관
해온 국민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조성헌 < 동보종합물산 고문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