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섭 <순천향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혈연 지연관계가 유달리 돈독한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면 술과
음식을 권하고 그 와중에 급체하는 사람이 생긴다.

급체하면 바늘로 손을 따 금방 낫게하고 어린이가 배가 자주 아프면
뱃속에 회충이 들어있다하여 담배를 피게 하는 민간요법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급성복통은 생명을 위협하거나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질환에 의해
급성통증이 복부에 나타나 응급진단과 수술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급성복통에는 적절한 치료가 급박하게 필요하므로 차근차근 진찰할 여유가
없을 때가 많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어렵고 응급수술을 받지 않으면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게돼 진단및 치료가 매우 중요시 된다.

통계는 없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급성복통은 대개 수시간내에
사라지는 자연치유성질환에 의한 것이 많은데 이는 바이러스성 장염이나
무분별한 식사에 기인한다.

기질적인 원인에 의한 만성복통은 대부분 소화불량, 담낭및 대장게실질환,
만성재발성췌장염, 악성종양때문인 경우가 많다.

노인환자의 경우 아주 위중한 질환이 있어도 증상이 아주 약하게
나타날수 있다.

예컨대 급성충수염(맹장염)이나 충수돌기(맹장)파열에도 통증이 심하지
않고 발열및 백혈구증가현상이 미약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을수 있다.

급성복통을 야기하는 질환들은 크게 3군으로 나눌수 있다.

첫째는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로 급성복막염 장폐색등 복강내 질환,
소화성궤양으로 인한 천공, 담낭천공을 동반한 급성담낭염, 장염전(장이
꼬임), 장경색증(혈관이 막혀 장이 썩음)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둘째는 응급수술은 필요치 않으나 급성복통의 형태를 취하는 복부질환으로
급성 췌장염 위염 간염과 골반내염증질환이 있다.

셋째는 심혈관계및 흉부질환 등으로 급성복통이 유발되는 경우이다.

의사는 급성복통환자의 통증이 나타난 시간과 위치, 통증정도, 동반되는
증상(발열 소화기계출혈 설사등),통증의 특징과 증감요인, 구토 설사 실신의
동반여부 등을 고려해 신속하게 원인질환을 감별, 대처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