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기업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도 경쟁력제고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개별 기업은 웬만한 것은 거의 아웃소싱(외주)에 의존함으로써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꾸준한 경영혁신을 추구하는 가운데 정부도 신뢰성있는 정책
혁신으로 대처하고 있다.

최근 내한한 프레드 스테인그래버 AT커니 회장은 이와 관련 "과감한 규제
완화는 경제와 기업활동의 효율제고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며 최근 한국정부가
미룬 민영화는 여러가지 경제적 비용을 수반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세계 4대 경영컨설팅회사중 하나인 AT커니를 지휘하고 있는 스테인그래버
회장을 본지 양봉진 정치.경제총괄부장이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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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부장 =80년대후반부터 각 기업들은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 등
여러가지 창조적 개념을 도입해가며 경영혁신을 추구해왔다.

요즈음 들어서는 어떤 종류의 신사고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는가.

<> 스테인그래버 회장 =아웃소싱(Out-Sourcing) 바람을 들 수 있다.

아웃소싱이란 기업들이 핵심사업부문만 유지하고 나머지 부문은 외부에
의존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 아시아지역에서는 크게 붐을 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아웃소싱이 각광받을 날이 곧 오리라고 본다.

아웃소싱은 미국에서 이미 대규모로 사업화됐으며 시장규모가 5년이내
두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비용과 관련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드러진 현상은 기업들이
합리화를 통해 점차 인건비를 줄여가고 있는 점이다.

관리층을 축소하고 대신 관리업무를 외부에 하청주는 경영방식을 택하고
있다.

회사의 거의 모든 기능을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것을 우리는 "전략적
소싱(Strategic Sourcing)"이라고 한다.

이 방식은 부품 서비스를 비롯 모든 것을 외부로부터 조달한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아웃소싱 경영활동을 통해 기업비용의
50~75%를 절감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15%가 전략적 소싱에 의한 비용절감인 것이다.

IBM의 계열사인 "엠버라"는 자체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한국 일본
유럽 미국내의 기업들과 제조 엔지니어링 판매부문에서 장기계약 등을 맺어
기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이를 가상회사(Virtual Company)라고 부르기도 한다.

<> 양부장 =한국정부는 최근 경상적자를 비롯 산업공동화 국제경쟁력약화
등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스테인그래버 회장 =세가지 부문에서 한국정부의 역할을 제시하고 싶다.

우선 국내외 투자유치를 위한 경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는 통화 금리 등을 안정시켜야하며 마지막으로는 경제의 효율성을
다지기 위해 민영화나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최근 한국정부가 민영화를 일시 연기한 것으로 아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본다.

정치적인 편의주의로 민영화를 연기했다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손실을
안겨주리라고 본다.

일본은 요즈음 대대적인 금융규제 완화정책을 펴고 있다.

당장은 다소 반발이나 불안감을 줄 수도 있으나 5년후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찬가지로 한국정부도 금융규제 완화조치를 취한다면 금융이나 제조업 등
많은 부문이 혜택을 입을 것이다.

정부가 민영화조치를 빨리 취할 수록 산업구조조정이나 기업활동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10년전만 하더라도 경제사정이 말이 아니었다.

재정적자에다 고실업 공급과잉 달러강세 두자리숫자의 금리 등으로
암담했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의 기업인들이나 정부관료들이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이런 문제점들이 해소돼 독일이나 일본 기업인들이 자국보다
미국에서 기업활동하기가 편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미국내 기업활동환경이 변한 이유는 간단했다.

외국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자 미국 기업인들이나
정부가 바짝 긴장해 변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통 정보통신 의료 공공시설 등에 대해 하나씩 규제완화조치가 단행됐다.

미국인들 스스로 경쟁력을 쌓아나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경제
환경이 조성됐다.

정부의 역할은 바로 이같은 환경조성에 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보호막을 치고 걸림돌을 만든다면 국가경쟁력확보란
숙제는 점점 더 풀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 양부장 =고금리 고임금 등에 따라 국내에서는 생산성이 저하돼 과거
일본의 경우처럼 한국기업들이 생산기반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은 일본기업들이 갖고 있는 자체자본이나 독자적인
경영기술 경영능력 등을 축적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한국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불안하고 위험하게 비쳐지기도 한다.

이런 추세를 어떻게 보는지.

<> 스테인그래버 회장 =고임금 등 고비용으로 한국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쩌면 기업생존을 위해 당연한 전략이다.

세계화의 일환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한국정부의 역할과 책임이다.

한국기업들이 국내를 외면해 애써 해외로 떠나지 않도록 기업활동 환경을
마련해 주는게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 양부장 =요즈음 한국 반도체제조업체들이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관련업체들에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공급과잉으로 반도체국제가격이 뚝 떨어져 16메가D램의 경우 개당 가격이
9~10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상태이다.

설비투자가 엄청나게 소요되는데 반해 그만큼의 투자수익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산업이 벌써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나 하는 우려감도 없지 않다.

이들 업체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 스테인그래버 회장 =반도체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전세계적인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시장이 포화되면 어떻게든 해외시장에서 수요를 찾은 결과다.

공급과잉현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합리화나 리스트럭처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아시아지역에서 예상되는 "탈대기업화"에 주목하고 싶다.

세계화 경쟁심화 규제완화 민영화 등에 따라 이 지역의 대기업들은 기존
생산방식이나 경영방식을 되돌아 보아야할 때다.

다른 산업과의 결합이나 같은 업종간의 결합을 통해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된다는 뜻이다.

최근 아시아기업들은 금융업 엔지니어링 건설, 심지어 음식업 등과의
사업연계를 통해 미국기업들처럼 탈대기업화로 생존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반도체산업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반도체산업의 전망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본다.

다만 자체적인 리스트럭처링 등을 통한 체질강화 등 많은 변화를 겪어야
할 것이다.

<> 양부장 =한국에서도 민영화 및 규제완화에 따라 다른 분야로의 상호
사업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의 비중은 엄청나다.

그래서 문제다.

흔히 반도체제조산업은 블랙홀이나 브레이크없는 기관차에 비유되기도
한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막대한 돈을 투자, 대규모 생산설비를
마련해야 하지만 이를 그만둘 경우 바로 낙오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제조업체들은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하는가.

<> 스테인그래버 회장 =장기적으로는 생산비용을 줄여 나가야 한다.

신기술개발과 생산과정의 혁신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확대해가야 한다.

신지식과 정보를 적용해 고부가가치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칩을 이용하는 첨단장비 및 가전제품메이커 등 다른
분야의 업체들과 연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모토로라사가 포드자동차공장에 엔지니어를 파견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자동차 엔지니어나 디자이너들이 부족해 애를 태우던 포드자동차로서는
모토로라의 원조로 한시름 덜게 된 사례가 있다.

모토로라로서는 최종제품에 자사의 제품이 어떻게 응용되고 사용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모토로라는 결국 자사제품에 대한 신규수요를 어떻게 창출해 낼지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의 반도체메이커들도 현재의 딜레마를 충분히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 정리 = 김홍열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