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리치며
진저리치며
내 너에게 달려갔으나
싸늘한 새벽 하늘
빈 골짜기 바람한움큼 만나는 것으로
되돌아왔다
얼마나 긴 오장육부를 쥐어뜯어야
이 울음 끝이 나는가
내 육신 굳어 바위가 되고
바위 부스러져 재로 변할 때까지
이 노래 멈출 수 없다
이 피울음 그칠 수 없다

시집 "크나 큰 침묵"에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