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최완수.이건호기자]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
핀을 방문중인 김영삼대통령은 휴일인 24일 강택민국가주석과의 한중정상회
담을 시작으로 한일 한미정상회담을 차례로 갖고 한반도정세를 비롯, APEC에
서의 협력강화방안 등 공동관심사를 집중 논의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이날 오후 필리핀 중앙은행에서 클린턴대통령과 한.미정상
회담을 갖고 북한잠수함 침투사건에 따른 대북공조방안을 비롯한 대북정책
전반과 제2기 클린턴행정부 출범에 따른 양국간 안보.통상 외교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정부고위당국자는 "잠수함침투사건에 대한 북한의 선
사과-재발방지책제시가 4자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4자회담은 조건없이 북한에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전제조건이
있을 수 없고 경수로지원도 국제적인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우리입장만을 주
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한미정상간에 4자회담 경수로지원을 계속 추진
키로 합의했음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남북경협은 우리정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기존입장을 계속 고수할 것"이라며 "현재 남북경협을 얘기할
분위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이날 오전 마닐라 쉐라톤호텔에서 강주석과 한중정상
회담을 갖고 잠수함 침투사건과 관련,양국이 긴밀히 협의하여 유엔안보리의
장 성명을 채택한 것을 평가했다.

이에 대해 강주석은 중국으로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희망
하며 북한의 잠수함침투사건으로 야기된 남북긴장상태가 장기적으로 한반도
의 안정과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남북한당사자가 직접 대화를
통해 하루빨리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대통령은 이날 낮 다이아몬드호텔에서 하시모토 류타로총리와 오찬을
겸한 한일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 정세와 한일무역역조 시정
문제를 포함한 쌍무현안 등 상호 관심사를 폭넓게 논했다.

양국정상은 지난 6월 제주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협의,
역사공동연구 및 청소년 교류확대를 추진키로 했으며 2002년 월드컵의 성공
적 공동개최를 위해 양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김대통령과 하시모토총리는 한일양국이 유엔해양법 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앞으로 이 협약취지에 바탕을 둔 새로운 질서구축을 향해 노력을 가속화하
기로 의견을 모으는 한편 배타적 경제수역(EEZ)경계획정 교섭이 원활히 진
행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두나라 정상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APEC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 세계무역기구(WTO)등 국제무대에서의 양국간 협력이 중요하다는데 인
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이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기로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