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직 공무원 채용부문에 고급인력들이 크게 몰리고 있다.

전에는 고등학교졸업자들이 주로 응시하는 경향이었으나 지금은 대학을 나
온 고학력자의 지원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여기에 조기퇴직추세에 불안을 느낀 젊은 직장인들도 가세하는 바람에 하위
직 공무원취업문은 한층 좁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6~9급 공무원 특채 원서접수결과가 이같은 모습을 뚜
렷이 보여준다.

지난 22일 마감결과 박사학위소지자 32명을 비롯한 3백57명이 응시해 예년
의 두배가 넘는 7.4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양부관계자들은 지원자가 많은 것에도 놀랐지만 18명을 뽑는 6급 상당의
연구직에 1백29명이 몰리고 그중 박사학위 소지자가 22명, 석사가 97명에 이
른다는 대목에서는 말을 잊었다.

지난달 마감된 하반기 서울시지방공무원공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
다.

7~10급 및 연구직 1천3백38명을 모집하는 임용시험에 대졸이상 학력자 1만6
천7백6명이 몰렸다.

H대 국문과 4학년 최기형씨는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입사하
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하위직 공무원을 택하는 취
업준비생이 늘고 있다"고 취업시즌을 앞둔 대학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K그룹에서 2년간 근무하다가 최근 그만둔 김건우씨(30)는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고 차분하게 일만 할 수 있는 공무원직이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공무원 선호바람을 설명했다.

이같은 "공무원 선호증후군"덕에 각종 국가고시학원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
고 있다.

서울시내 고시학원들은 오후 7시가 되면 7~9급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대학
생이나 이직준비자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강남역 주변에 위치한 한교고시학원 김재상씨는 "고학력자 취업난때문인지
지난해보다 대졸이상 수험준비생들이 곱절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 김준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