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기업의 뇌물제공 행위를 규제하는 국제규범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미국이 내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에 기업들의
뇌물제공 행위를 근절하는 문제를 공식 제안할 방침인데 이어 유럽연합(EU)
도 관련법규의 제정을 추진하고 나서는등 이른바 "부패라운드"의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EU의 카렌 반미어트 경쟁정책담당 집행위원은 21일 TI(부정부패 방지민간
기구)가 주관한 국제회의에서 "민간기업이 대규모 수주를 따내기 위해 외국
정부 관료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용인하는 관행이 EU내에 보편화돼
있다"고 시인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규정제정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나라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으나 "회원국중에는 기업이
제공한 뇌물을 필요경비로 산정, 법인세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등 세제혜택
까지 주는 국가도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따라서 역내 공정거래및 경쟁을 왜곡하는 회원국의 행정관행등을
조사, 이를 집행위가 직접 규제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는 별도로 EU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의 부정부패에 관한 의정서"
제정도 추진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회원국에 공동적용하는 부패방지규정을
마련중에 있고 WTO 각료회의에서도 원칙적인 기준이 제시될 것으로 보여
뇌물제공금지가 국제적인 통상현안으로 부상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