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구조 실태와 과제 ]

양병무 <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

우리 기업 임금구조의 문제점은 임금수준 자체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임금
체계가 연공급으로 돼있어 생산성이 낮은데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상품은 해외시장에서 선진국의 품질경쟁력과 후발개도국의
가격경쟁력에 협공을 당하는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제조업 시간당 임금은 지난해 현재 한국이
7.4달러로 싱가포르(7.3달러) 대만(5.8달러) 홍콩(4.8달러)등 경쟁상대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임금상승률은 특히 생산성 증가율과의 괴리 때문에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87~95년 제조업 평균임금 상승률은 16%였으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1%에 그침으로써 가격경쟁력 약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임금수준이 높더라도 생산성이 뒷받침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연공급이 전체기업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당의 남발로 임금체계가 복잡해 임금의 동기유발기능이 결여돼 있다.

현재와 같은 고임금행진이 계속된다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은 산업공동화를 초래해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
함으로써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심리를 증폭시킬 것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임금안정이 중요시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금안정을 위해 정부는 2급이상 공무원의 내년도 임금을 금년 수준에서
동결키로 했다.

또 전경련과 경총이 임원급여 동결과 임금총액동결안을 발표했다.

KDI도 공공부문의 임금동결을 건의하고 나섰다.

KDI는 임금안정의 중요성을 싱가포르의 교훈에서 찾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79년부터 급격한 임금인상 이후 경제부진이 지속되자
86년에 2년간의 임금동결을 추진함으로써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에서는 임금안정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전망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임금안정정책은 단기적인 정책에 불과하다.

현재의 고임금구조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이 뒷받침돼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의 기본방향은 현재의 연공중심에서 능력과 업적을 중시하는
제도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임금체계는 평등주의(equality)를 지양하고 근로자 상호간의
공헌도를 인정하는 공평주의(equity)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한 수당을 통폐합해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할 때는 평가기능이 확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관리직과 전문직 계약직에는 연봉제를 적용하고 대리이하
일반직과 생산직에는 직능급을 도입해 임금체계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임금관리는 노동시장과 연계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임금관리의 목표는 종업원의 동기유발기능을 강화해 고임금 저인건비
전략이 가능하도록 추진돼야 한다.

고임금은 고생산성과 연계돼야 하며 이는 인력의 정예화를 통해 가능해진다.

방만한 인력관리로는 고생산성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도 선진국의 인력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초일류기업들의 인력정책은 핵심인력은 정예화하고 주변인력은
외부화(아웃소싱:outsourcing)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은 고용불안요인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임금총액동결->신규
채용억제->조업단축->명예퇴직 등의 단계적인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선진국에서와 같이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근로자
파견제의 법제화를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고용불안요인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용보험
제도를 활용해 산업훈련의 고도화와 직업안정망 확충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우선 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직업훈련의 실시를 위해 재훈련 향상훈련의
기능을 강화하고 동시에 직업안정망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부의 직업안정기능을 확대하고 민간부문의 기능도 강화
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