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대사를 역임한 황병태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은 21일 "중국은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체제의 붕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고비에 처할
경우 식량 제공 등을 통해 북한의 체제붕괴를 방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위원장은 또 "21세기의 국제질서는 경제적으로는 개혁과 개방을 추구
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공산당 1당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만일 중국이 미국과 대결하는 모험주의를
선택할 경우 세계는 새로운 냉전체제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 관심을
끌었다.

경제통으로 뒤늦게 정치에 입문했으면서도 지난 91년의 3당 합당을 엮어내는
등 정치적 감각도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황위원장은 이날 국회 21세기
동북아평화포럼(회장 신상우)이 국회 귀빈식당에서 주최한 조찬강연에 참석,
"21세기의 중국"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중국은 사회주의 우방인 북한의
동요를 결코 원치 않는다"고 단언했다.

황위원장은 평소에도 국가간의 관계를 적과 우방과의 관계로만 파악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등 현실주의적 국제 정치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이날 강연도 자신의 지론과 궤를 같이했다.

국내에서 상당수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중국은 북쪽보다는 우리와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인식은 다소 성급하다는 점을 일깨운 셈이다.

황위원장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에 언급, "북한의 전쟁 도발을
억제하는데는 미국의 "전방 억제력" 외에 "후방 억제력"이 필수적인데 중국이
바로 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 억제고리를 풀게 되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위원장은 "중국의 양면적 입장은 한반도 정책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며 "중국이 자유진영에 합류해야 한반도 안정도 굳건해질수 있다"고
덧붙였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