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국회는 "실력충돌"보다는 "합의와 절충"을 택했다.

여야 3당 총무와 김중위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은 19일 오후 회동을 갖고 오는
26일 국회본회의에서 OECD가입 비준안을 처리키로 전격합의, "강행돌파"와
"실력저지"로 얼룩졌던 과거의 국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한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던 여야가 이날 극적으로 OECD 비준동의안
을 처리키로 합의하자 정가에서는 합의의 배경이 무엇인가와 여야간에 무엇
이 오고갔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보면 여야가 모두 실리와 명분을 얻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은 20일 본회의 처리를 늦춰주는 대신 야당쪽에 제도개선특위의
쟁점사항을 오는 30일 처리해 주겠다고 확약해 주었고 야당은 제도개선에
대한 반대급부로 OECD동의안 처리를 양해하는 쪽으로 후퇴했다.

여당은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이 열리는 당일인 26일 비준동의안을
처리키로 함에 따라 당초 D 데이로 잡았던 20일은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정상회담기간 김영삼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

국민회의 자민련등 야당은 OECD비준안 처리 저지라는 당초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신한국당이 추진해온 "20일 처리"를 일단은 연기시켰고 통일외무위
재경위 환경노동위등 3개 OECD관련 상임위에서 가입의 문제점과 득실등을
따지는 공청회를 열게돼 "국회의 견제기능"을 최대한 살렸다는 "명분"을
얻었다.

여야가 이처럼 막판에 극적 타결을 본 것은 여당의 경우 무엇보다 당
총재인 김대통령이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기간동안 "모양세우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야당측은 최근 OECD비준을 반대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데다 당초 비준반대의 목적도 제도개선특위활동이나 예산안등 다른
현안과 연계, 실리를 얻자는데 있었던 만큼 "얻을 것"을 얻는다면 구태여
무리한 반대를 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특히 야당은 오는 30일까지 마무리하기로 여당과 합의한 제도개선 특위
쟁정법안 처리가 여당의 불협조로 순탄치 않을 경우 오는 12월2일이 시한인
예산안 처리를 저지한다는 배수진을 쳐놓고 있어 일종의 "담보"를 잡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관심사는 이날 총무회담에서 제도개선 특위 쟁점법안과
관련, 여야간에 무엇이 오고 갔는가이다.

제도개선 특위의 쟁점 법안은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회법 검.경제도
방송법등.

이중 선거법 검.경제도 정치자금법은 어떻게 개정되느냐가 바로 내년
대선과 연계돼 있어 쉽사리 절충안이 마련되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4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배제 여부, 지정기탁금 배분문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축소문제등이 여야간에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볼때 향후 여야간에 어떤 절충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나 국회법
이나 정당법등 비교적 여야간 이견이 적은 부분부터 해법을 찾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여야총무들은 회담을 끝낸후 "제도개선특위 활동과 관련, 서로가
무엇이 관건인가를 이해했다"며 "소위 일정을 전면 재조정, 내일부터라도
소위를 본격 가동해 30일까지 이견해소작업을 통해 타협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김선태.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