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말 그대로 "결혼시즌"이다.

그런데 마구 날아드는 청첩장을 받으면 입맛이 씁쓸해지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초등학교 또는 중.고.대학교를 졸업한지 수십년이 되는 동안 단 한번도 본
일 없는 "동창"이 느닷없이 "고지서"를 보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저
한번 인사한 것밖에 없는데 청첩장을 돌려 누구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경우도 있어 당혹스러운 적도 있다.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만사 제치고 이곳 저곳의 웨딩홀(결혼식장)
을 찾아다니지 않으면 안되는 날도 있다.

청첩장에 은행 온라인 번호를 기재한 것은, "바쁘면 돈만 보내라"는 친절한
안내일 것이다.

그동안 경조비(고지서)를 많이 냈으니 품앗이를 해야겠다며 청첩장을 터무니
없이 많이 만들어 그 가운데 절반이라도 건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청첩장을
마구 돌리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청첩장을 받으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안하자니 훗날 얼굴보기가 민망스럽고 하자니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 때문
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결례"하지 않아야 되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밖에도 기업체간 거래관계로, 관청과의 관계에서 혹시 불이익이나 당하지
않을까해서 잘 봐달라는 뜻으로 관행처럼 주고 받아 각종 비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직장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비싼
물가고에도 불구하고 매달 적지 않은 경조비 지출에 시달리고 있다.

남에게 부담주지 말고 가까운 친척들만을 모시고 검소하게 치르는 결혼문화
가 정착될 수는 없을까.

정명순 < 경기 성남 중원구 중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