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영삼대통령이 "국가발전과 국민전체의 이익 도모"라는 법개정방향을
제시하고 정부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노사관계 개혁추진위"를
발족시킴으로써 노동법 개정안마련을 위한 하드웨어는 모두 갖춰진
셈이다.

이젠 개정안에 어떤 내용의 소프트웨어를 담느냐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만 남았다.

우리는 노사관계개혁추진위구성 등의 신속한 행보에서 최고통치권자의
노사개혁에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개정안
마련과 관련해 다음 몇가지 기본원칙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재 노동법개정의 최우선 목표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두어져야 한다.

물론 "삶의 질 향상"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가 생산성향상을 도모하고 기업경쟁력을
제고시키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데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두말할 필요없이 자본주의체제에서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기업경쟁력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쓰러지거나 비틀대면 나라 전체가 어떻게 되는가를
우리는 지금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금및 고용안정을 위해 현행 노동법이 경쟁력강화위주로
개정되지 않고서는 경제희생이 불가능하다는 전경련회장단의 입장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둘째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국내 노동시장의여건은 인력난 속에서도 청년층및 대졸자 등 신국노동력의
높은 실업률은 지속되고 인력흐름이 서비스업종으로 편중되는 등 큰 변화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시장은 특유의 경직성 때문에 이같은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86년에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하고 93년에는
파트타임근로자관리법까지 만들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크게 높여
놓았다.

우리도 정보화.지식화사회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할수 있도록 변행근로시간제 근로자파견제 정리해고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법개정에 지난친 이상론은 금물이다.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인 노동법은 법전에 모셔놓기 위한 것일 뿐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을 지난 40여년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지금 노사간에 가장 큰 쟁점이 되고있는 복수노조허용 문제만해도
그렇다.

한때 20%에 육박했던 국내노조조직률이 많은 산업의 다양화로 지금은
13.8%(95년)까지 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탈노조화경향을 무시하고 법적으로 노조의 수만 늘린다는 것은
현실서도 실효성도 없는 일이다.

공평한 법을 만든답시고 노사양측이 상반되는 주장을 모두 수용하는
주고받기식 흥정은 곤란하다.

법은 타당성 못지않게 실효성도 중요하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동계의 반대가 심하다고 하여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고 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얼마쯤의 소란이야 당당한 논리와 투철한 개혁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