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대권후보 선출시기와 관련, 일각에서 후보 조기가시화의 필요성
을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국당의 이홍구 대표위원이 13일 여권 핵심부가
의중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내년 7, 8월께를 기정 사실화,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자신의 "무욕론"에도 불구, 강력한 차기 주자중의 한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대표가 비록 당대표이긴 하나 당내 지지세가 취약한 상황에서 이같이
후보선출시기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과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이날 전남 강진 군민회관에서 열린 강진.완도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 현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당은 인물과 아이디어
가 많아 단결과 단합만 하면 선거전망이 대단히 밝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대표로서 당의 단합을 공고히 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적 역할"이라는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말을 달리 해석하면 내년 7, 8월까지 그는 당대표로서 확고한 당내지도력
을 유지하거나 또는 후보가 될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국무총리 안기부장 등을 비롯 김영삼 대통령과 주례 단독면담을 갖는
몇명 안되는 여권 핵심인사중의 한사람이다.

더군다나 집권당 대표다.

그런 그가 핵심적 역할을 자임한 것은 김대통령과 깊숙한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한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대표가 자신이 킹메이커로서 당의 단합을 꾀하면서 정권재창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로 한 것인지 아니면 민주계의 힘을 업어 자신이 말한 "젊은
후보"로 나서게 될지에 대해 어느 쪽으로든 두사람간에는 이미 얘기가 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자신이 민자당 대표로 있을 때에 "언젠가 긴히 쓸데가 있는
인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대표를 인간적으로 신뢰해왔다.

현 정부 출범후 통일부총리 국무총리 집권당 대표로 김대통령을 무난히
보좌하고 있는 이대표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도가 점차 높아가고 있다.

< 강진=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