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와 불혹사이에 있는 남자.

뭔가 이뤄놓은 일이 있을법 하다.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의 강현구인터랙티브팀장(37).

그 무엇을 세워놓고(입지) 흔들림없이(불혹) 전진중이다.

그는 지난 9월 국내에 사이버마켓(가상공간시장)을 가장 먼저 열었다.

그가 연 사이버마켓은 "롯데인터넷백화점".

PC통신망에 열어놓은 인터넷백화점에는 600종류 이상의
롯데백화점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안방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면 상품의 모습과 특징 가격이 형형색색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구입자는 화면에 뜨는 주문서를 작성하면 쇼핑이 끝난다.

철학도(서울대 철학과졸)에서 광고인으로 변신한지 10년쯤 되던 지난해
4월 사이버마켓을 세워보자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6개월의 준비를 거쳐 그해 10월 마스터플랜을 짰다.

그때부터 8명의 팀원과 하얗게 밤을 새우기를 수십차례.

마침내 지난번 추석세일에 맞춰 사이버마켓을 정식 가동했다.

"얼마전 한 고객이 350만원짜리 와이드비전TV를 구입해 깜짝 놀랐습니다"

꽃배달이나 상품권 스포츠용품이 주된 구입대상인데 이런 고가품이
나가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게 그의 이야기다.

그가 만든 사이버마켓은 아직 걸음마단계이다.

월평균 판매액은 6,000만원선.

이 정도론 인건비도 안나온다.

그러나 미래는 장밋빛이다.

"오는 2000년이면 수지타산을 맞출수 있습니다.

월 6억원어치의 판매고가 수지균형점입니다.

그때쯤이면 이정도의 판매는 무난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훤칠한 키에 사람좋게 생긴 그는 요즘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사이버마켓에 관한 외부강연에다 업체들을 찾아가 사이버마켓세일즈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는 기업오너와 사장들의 사이버마켓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고
얘기한다.

사이버마켓의 표준화가 당면목표라는 그는 사이버마켓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사이버맨"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