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인 "시경"에는 "여고금슬"이라는 말이 나온다.

거문고와 비파를 타듯이 부부 사이가 화락함을 뜻하는 말이다.

"금"은 거문고이고 "슬"은 "금"보다 현의 수가 많은 비파다.

이들 대소 현악기의 연주는 소리가 서로 잘 조화되어야만 하나의
음악적인 세계를 형성한다.

부부 사이도 흡사 금슬의 연주처럼 화합이 잘 될 때 화락이 있게 된다.

그래서 화락한 부부 사이를 "금슬이 좋다"고 말한다.

이탈리아의 화가였던 아메데오 모릴리아니는 그 부류에 속하는
부부생활을 했던 모양이다.

그가 빈곤과 유랑과 술로 일생을 보낸 나머지 병이 들어 병원으로
차에 실려 다면서 남긴 말이 그들 부부의 금슬이 좋았음을 보여 준다.

"나는 내 아내를 껴앉고 살아 왔다.

우리 둘은 영원한 기쁨을 믿고 있다" 그가 죽은 이틀날 그의 아내도
6층 창문에서 몸을 던져 그 뒤를 따라갔다.

반면에 이런저런 이유로 부부 사이의 금슬이 좋지 못해 이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부의 성격 차이, 배우자의 부정과 학대, 가정에서의 아내 역할 결여,
남편의 경제적 능력 부족, 부부간의 성적 부적응등이 조간의 주요 이혼
사유들이다.

이혼을 보는 전통적 견해는 양분되어 있다.

"신악성서에는 결혼은 둘이 한몸이 되는 것"이라고 보고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선 안된다"고 이혼을 죄악으로 규정해
놓았다 한편 프랑스의 계몽사상과 몽테스키외는 이혼이 진보된 문명사회의
필수품이라고 하면서 그것은 그 사회의 개인의 자유와 경제안정이 되어
있다는 증거라고 보았다.

그 당위성이 어떻든 이혼은 그 당사자들로 볼 때는 인생의 엄청난
시련이자 불행이다.

최근 들어 한국사회에서는 그동안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못했던 남성의
성적능력 부족을 이유로 이혼하는 여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게 되자
남성들이 결혼전에 "남성 이상 없음"을 증명하는 문서를 여성에게
건네주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고 한다.

여성의 "순결증명서"에 대비되는 이른바 "남성증명서"다.

정상적인 성생활을 비롯 자녀생산능력과 질병의 여부를 비뇨기과의사가
보증하는 것이란다.

선진 외국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결혼을 할 때 건강증명서를 교환하는게
일상화된 것이긴 하지만 "남성증명서" 역시 가정의 파탄을 사전에 예방해
줄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권장될만한 새풍속인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