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한국화가 정하경씨 (53, 한성대 교수)가 12~2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동산방화랑 (733-5877)에서 세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우리의 자연, 그중에서도 산야가 머금고 있는 청아한 기운을 생생하게
화폭에 옮겨온 정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100~300호 대작 10여점 등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발길 닿는대로 우리 산하를 돌아보면서 스케치하다 보니 곳곳에 매우
특이한 모습을 한 절경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알려진 명소보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이름없는
자연에 더욱 애착이 가더군요"

우리의 자연은 어디나 나름대로 독특한 멋을 간직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유명한 곳, 사람들이 붐비는 곳보다는 오히려 드러나 있지 않은 숨겨진
들산이나 야산에서 한국적인 정취를 물씬 느낄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선운산 청평사 울릉도 북한산 울릉도 삼부연폭포 등 명소들을
그린 작품과 함께 "신철원 굴바위" "삼악산" "홍천" "구천은폭"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그린 작품을 내놓았다.

점묘와 단선이 쌓인 독특한 조형공간을 만들어 보는사람들로 하여금
산야의 내밀한 소리까지 느끼게 해주며 친숙한 교감을 갖게 하는
작품들이다.

정씨는 "솔직히 한때 시공회를 창립하는 등 서구적인 추상작업에
앞장서기도 했으나 80년대에 들어 우리것과 우리자연에 눈을 돌리면서
혼돈과 방황을 끝내게 됐다"고 밝혔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