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전남.북 역시 경제가 어렵기는 다른 시도와 마찬가지다.

별다른 기반산업시설이 없는 만큼 오히려 더한 편이다.

호남편에서는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농공단지 문제를 중점 점검해
보기로 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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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다니지 않는 텅빈 도로와 부도로 인해 문을 걸어 잠근 공장들,
공장건축을 하지 않아 잡초만 무성해진 빈터 등을 바라보면 왜 이렇게 됐나
하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콱 막힙니다"

전남 함평 학교농공단지의 무연불고기구이기기 생산 업체에서 근무하는
황보옥환 차장은 농공단지 입주업체의 근로자들 대부분이 이같은 감정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황보차장은 "이 지역 농공단지가 활력을 잃은 것은 이미 옛날 일이 됐다"
면서 "농공단지 입주업체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촌지역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목적으로 조성된
농공단지가 당초 기대와는 달리 부도업체 속출 등으로 지역경제의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함께 자금난 인력난 판매난 등의 고질적인 3중고가
겹쳐 농공단지 입주업체가 겪는 어려움의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에따라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오던 농공단지 조성도 지난 90년 10개단지를
지정한 이후 급격히 감소, 지난해는 1군데 지정에 그친 후 더이상 농공단지
지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형편이다.

전남도가 함평군 학교면 학교농공단지를 시범 지정한 것이 지난 85년 10월.

그 후 총 1천3백29억원을 투입해 31개 단지 1백53만4천여평의 농공단지를
이미 조성했고 3백72억원을 들여 4개 단지 29만7천평의 단지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입주계약을 한 업체는 모두 5백91개사로 3백61개사가 가동중이며
97개 업체가 공사중이거나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말 현재 가동업체의 1/3을 넘는 1백33개 업체가 휴.폐업한
상태다.

전국의 2백77개 농공단지에서 4백63개 업체가 휴.폐업한 것과 비교하면
이 지역 농공단지의 휴.폐업률이 얼마나 높은 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지역 농공단지 입주업체들이 휴폐업을 하게된 가장 큰 이유로 자금난과
판로부족.

99개 업체가 자금난으로 쓰러졌고 판매부진으로 무너진 업체도 17개업체에
이른다.

이밖에 경영미숙과 거래처 부도 등으로 인해 도산한 업체도 17개사에
달하고 있다.

농공단지 입주업체들이 더욱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이같은 문제점들이
해결될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광주.전남지역본부 김성윤과장은 "이 지역 농공단지
입주업체들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특히 대부분의 입주업체들이
완제품이 아닌 부품업체 위주로 이루어져 요즘같은 경기침체기에는 더욱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나주 동수농공단지 관리사무소 양철환소장은 "농공단지 입주업체의
대부분은 자기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제,
"자본축적도 안되고 무조건 정부지원에만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도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농공단지 입주업체라면 언제든지 부도를 낼 수 있는
기업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의 대출기피 현상은 농공단지 입주
업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부에서 작용하는 이러한 문제점과 함께 입주업체 경영자들의 그릇된
자세를 지적하는 경제인들도 많다.

김과장은 "별다른 대책없이 정부지원만을 무조건 기다리는 입주업체들의
자세도 문제"라며 "이러한 일부 경영자들의 무책임한 의식이 농공단지
입주업체들을 외면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 나주시의 동수농공단지에서 프라스틱 압출 성형제품인 우드스틱을
생산하고 있는 (주)삼우엔지니어링 프라스틱의 김상철 사장은 "나주동수농공
단지에서 부도를 당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업체의 대부분은
사장들이 공장에서 숙식을 하는 등 있는 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지원만을 바라보는 경우 십중팔구 도산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광주=최수용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