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가난으로 부양받지 못하고있는 노인.

신체불구로 고통을 받고있는 장애인.

부모가 없어 생계를 잇기 막막한 소년 소녀가장.

삶의 의지를 꺾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둠을 안고 살아가고있는 이들을 찾아내 어루만지고 물질적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회복지사가 그들이다.

우리사회에서 사회복지사는 그리 널리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활동영역은 다양하다.

그들은 지역사회복지관, 장애인 재활센터등에서 소외된 이들의 사회적응
훈련 및 재활서비스를 맡고있다.

고아원 양로원에서 상담도하고 "도우미"역할도 해준다.

병원에서 정신과의사와 함께 정신치료도 담당한다.

읍.면.동사무소등에 배치돼 공무원으로서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국가의
복지시책을 수행하는 사회복지전문요원들도 있다.

사회복지전문요원의 경우 하루일과는 대부분 생활보호대상자인 불우한
이웃들과 함께 시작된다.

출근과 함께 가장 먼저하는 일이 "영세민 취로사업"이기 때문이다.

아침일찍 동사무소로 찾아온 영세민들에게 당일 작업을 배분해준다.

이들이 하는 일은 벽보떼어내기 거리청소 재활용품수집등이지만 그들의
가장 큰 소득원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경을 많이써야 한다.

오전에는 주로 찾아오는 사람들의 민원을 듣는다거나 노인교통수당을
챙긴다거나 하는 잔무로 시간을 보내지만 오후가 되면 생활보호대상자들을
만나러 가정방문에 나선다.

모자가정이나 부자가정 장애인가정등을 방문, 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얘기도 듣고 해결방안을 같이 논의한다.

간혹 기회가 돼 취업을 알선해주기도한다.

세대주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생계가 어려워진 가족들을 위해
긴급구호에 나서야한다.

구호양곡을 지급한다거나 적십자사를 통해 생계대책비를 지급하도록
한다.

각종 복지단체들을 통해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사회복지사의
몫이다.

혼자사는 노인을 방문, 건강을 체크하기도한다.

그래야만 보건소간호사와 협조해 진료대책을 제때에 마련할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생활보호대상자를 발굴, 추천하는 업무도 빼놓을수 없다.

법적인 혜택을 받지못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독지가와 연결해준다든가
복지단체에 도움을 호소해 주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업무영역은 끝이없다.

그러나 "비록 일은 많지만 누구보다도 보람을 느낄수 있는 직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수있는 봉사정신이야말로 사회복지사의 기본자질이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있는데도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고 사회의 관심은 점점 엷어져간다.

이제 소외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은 사회복지사들이 떠맡아야하는
쪽으로 가고있다.

그런데도 사회복지사에 대한 대우는 아직 미흡하고 제도적인 문제점도
많다.

복지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초봉은 연 1,000만원이 안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취직한 사람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전망에 대한 불안은 더 큰 장애요인이다.

관공서에 속한 사회복지전문요원의 경우 공무원임에도 사회복지직렬에
대한 시행령이 마련되지않아 승진대상에서 제외되고있다.

지난 87년 7급으로 특채된 사회복지전문요원도 여전히 7급공무원으로
근무하고있다.

그러다 보니 이직률도 높다.

특히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남자들이 중도에서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사회복지사들의 지위도 우리의 복지수준만큼이나 낙후돼있는
것이다.

<김태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