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핵심부 일각에서 내년 중반께 대권후보경선에 대비해 신한국당의
지도체제변경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도체제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측은 현재와
같이 예비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완전 자유경선이 실시될 경우 경선후에도
당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겨 정권재창출에 차질이 올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경선과정에서 후보에 출마한 인사를 비롯한 당일각이 탈당, 독자
세력화하거나 야권과 제휴하는 사태를 막기위해 대권후보군들간의 사전조정
을 거친 후보선출의 가능성을 검토해 왔으나 이경우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
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어 불공정 경선시비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완전 자유경선을 실시, 경선에 출마한 인사들에게 탈당등의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또 경선후에도 당내에서 정치적 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의 하나로 집단지도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여권내에서의 당지도체제 변경 논의는 아직 공개적인 단계는 아니나
연말을 넘기면서 수면위로 전면 부상할 것으로 보여 소위 대권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 전반의 비상한 관심을 끌 전망이다.

여권일각에서 검토하고 있는 안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5~6명의 최고위원
(가칭)을 두고 이들로 최고위원회를 구성, 합의제로 당을 운영하는 집단
지도체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회에서는 호선 또는 표결로 대표최고위원(또는 최고위원회의장)을
선출, 대외적으로 당대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안이다.

이같은 안은 과거 3당합당후의 구민자당 지도체제와 외형상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완전히 다른 형태이다.

당시에는 당총재가 전당대회의 동의를 얻어 최고위원들을 지명하고 최고
위원들과의 "협의"로 당무를 총괄했다.

당시 대표최고위원(현 김영삼대통령)은 최고위원을 대표할 뿐이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안은 현직대통령이 당의 대표최고위원이 될 수도 있고
당내 세분포상 그렇지 못할 수 도 있는 완전한 집단지도체제를 의미한다.

이같은 안을 제시하는 인사들은 신한국당의 대권후보자들중에는 경선에서
실패하더라도 탈당하지 않고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정치적 지분을 유지,
차차기를 노릴 인사들이 다수라고 분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신한국당의 이홍구대표위원등 고위당직자들은 이같은 물밑움직임에 대해
"아직까지 검토된바 없는 안"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이대표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당헌.당규의 개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표는 "당내의 후보추천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언급했다.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이긴 하지만 "김영삼대통령이 사실상 후계자를 지명
하게 될 것"이라는 항간의 시각과는 다소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 말을 했다.

현재 당내 여러인사들도 경선이 과연 명실상부한 "자유경선"이 될 것인지
여부에 따라 신한국당의 진로에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내 상당수 인사들은 대통령제에서 과연 집단지도
체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느냐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기는 하다.

어쨌든 김대통령이 사실상 후계자를 지명하는 형태의 경선이든, 완전자유
경선을 실시하든 내년 중반에는 여권내부에서 지도체제변경문제도
자연스럽게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여 관심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