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대정부질문이후의 국회의사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열린 지난 4일의 3당
총무회담에서만 해도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은 정부여당의 비준안 조기처리
요청을 받아들일 듯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사안들과의 연계처리를
강조하고 있어 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8일 여권이 OECD 가입 비준안을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처리하려 한다는 쪽에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저지방안검토에
착수했다.

국민회의측은 실력저지 등 강경대응쪽에 기울고 있고 자민련측은 실력저지
뿐만 아니라 충분한 찬반토론을 거쳐 여권의 반발표를 이끌어낼수 있는
무기명 표결방식까지 광범위하게 검토하는 정도가 두 야당간 차이라면
차이일 뿐이다.

야권의 강경선회는 지난 4일 여야 3당 총무가 "이달중 제도개선특위에서
법안을 처리하도록 한다"고 합의했으나 신한국당측이 최근 "가급적 원만하게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이었다며 한발 물러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위에서 다룰 법안의 범위와 처리시한에 대한 시각차가 벌어진 만큼 OECD
가입 비준안에 대해서도 야권이 그렇게 쉽게 정부여당에 협조해줄수 없다는
것이다.

여권이 당리당략을 배제해야 할 사안임을 강조하며 OECD 비준안 처리에
"비상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흘린 것도 야권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여권이 흘린 비상수단이란 교섭단체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
의장이 직접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 표결처리토록 하는 "직권상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의 이정무총무는 이와 관련, "김영삼 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전인 20일까지 비준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신한국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방식으로 표결처리를 강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회제도개선특위 활동과 관련해 OECD 비준안에 밀릴 경우 예산안
처리에서도 얻을게 없을 것이라는 야권의 초조감도 야권의 강경대응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신한국당이 야권과 쉽게 제도개선 절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OECD 비준안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성의를 보여야
겠지만 내년 대선환경을 규정하는 특위관련법안을 야당요구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측이 비준안 처리에 야권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성의"를 보이더라도 그 수준은 야권의 기대에 미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무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다음주중 연석회의를 열어 비준안 등의 처리와
제도개선특위를 연계시키는 방안 등 제반현안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권은 비준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그동안 순항해온 국회가 여야강경대치로
치달으며 예산안 처리에 파란이 일 것을 우려, 야권설득방안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야권이 끝내 비준안 처리에 불응할 경우 야권의
무책임성을 부각시키며 강행처리를 불사한다는게 복안이다.

결국 다음주중 드러나게 될 비준안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결과는 향후 국회
운용과 정국 전개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