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우리경제의 어려움은 급기야 성장잠재력에 우려를 자아내고 이는
"국가경쟁력 10%높이기" 운동으로 구체화되면서 정부와 민간이 모두
야단법석이다.

물류비문제는 오래전부터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주요인으로 지적되었으나
정작 정책집행에서는 홀대를 받아왔다.

불행중 다행으로 정부는 지속성장에 대한 SOC(사회간접자본)의 중요성을
인식, 투자예산을 24%이상 증액하고 민간자본을 SOC확충에 활용하기 위해
과감한 지원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SOC가 확충되면 이는 분명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제고와 국가경쟁력회복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SOC 민자유치대책은 지지부진했던 SOC민자유치
사업을 단기간내에 활성화하고자 업계의 요구를 대폭 반영한 고민과
의지의 산물이다.

여기에는 SOC 투자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세제지원 수익성보장 등 파격적
조치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소 보완이 필요하고 부작용 완화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가장 핵심내용이 되는 SOC채권발행과 현금차관도입은
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SOC채권발행의 효과가 의심스럽다.

이자소득이 분리과세되는 만기 12년 이상의 장기채권 발행이 가능해졌으나
자금출처조사면제와 무기명거래는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행금리는 9%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국공채시장은 시장이 아니다.

현재 발행되고 있는 5년이상 장기채도 강제소화되는 실정이고 예측금리도
불안정하다.

기존의 장기채에 대해 분리과세되던 세율 25%를 15%로 낮춘다면 고작
1%정도의 불확실한 수익률증가가 기대될 뿐이다.

기명으로 자금출처가 떳떳한 자금을 수익률 9%대의 SOC채권에 투자할
돈있고 애국심 많은 "바보"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SOC채권을 강제로 소화시키면 이는 준조세에 불과하다.

민간의 설비투자만 감소시킬 게 분명하다.

따라서 금융실명제의 근본취지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실시되지 못한
무기명 SOC채권의 한시적 발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금융실명제하에서 사실상 묵인돼왔던 차명자금거래, 3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의 음성자금을 생산적인 SOC투자에 활용하기 위해 이를
저리에 발행하는것이 필요하다.

이경우 SOC투자재원을 획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낮은 수익률에 발행한
만큼 시중금리와 차이는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효과를 갖게 된다.

근본취지와 달리 사실상 차명거래를 묵인해왔던 금융실명제, 음성자금의
별다른 양성화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저리의 무기명 SOC채권발행은
금융실명제의 일시적 명분손상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언제까지 음성자금과 차명자금을 대책없이 "구천"을 맴돌게 할 수는
없다.

부도덕한 자금도 국가경쟁력 강화에 동참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일종의 "실명화세금"을 징수하고 양성화해 주자는 것이다.

둘째 현금차관허용 대상범위 확대가 필요하다.

현금차관도입범위를 종전의 순공사비 1조원 이상에서 5,000억원 이상의
사업으로 확대하였으나 사업당 도입가능액수는 연1억달러 또는 순공사비의
20%이내에서, 5,000만달러 또는 순공사비의 20%이내로 바뀌었다.

현금차관 도입대상은 증가했으나 사업당 도입가능 액수는 오히려 반감된
것이다.

민간기업이 5%대의 국제금리수준으로 현금차관을 사용할 수 있다면
굉장한 호재이다.

하지만 기업의 잠재적 수익률로 생각할 수 있는 14%대의 회사채 수익률과
5%대의 리보금리수준으로 볼때 기업이 시장금리의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사업비의 50%정도는 외국자본을 사용해야 한다.

물론 이번 대책에는 토지매입자금 대출허용, 도로 철도 항만사용시
부가세면제, 민자유치사업 법인등록세경감, 부대사업추진절차개선, 조기완공
장려제도와 같은 기업의 수익률제고에 도움이 될 만한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사업당 순공사비의 20%에 불과한 현금차관허용은
민간부문의 SOC투자사업에 있어서 기대수익률을 시중금리에도 미치지
못하게 한다.

셋째 획기적인 SOC확충으로 인해 야기될 물가상승을 실질적으로 방지할
정책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가안정이란 정책목표는 정부의 핵심과제이다.

과거경험에 의하면 장기적 SOC투자계획은 물가안정이란 단기적 정책목표에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책결정권이동 및 정부부처간 비협조, 행정관료의 교체는 물가
안정과 SOC확충이란 두가지 목표를 모두 희생시킬 위험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수익성보장의 허구성과 조기완공 장려제도의 위험성이다.

진정 수익성을 보장해 줄 수 있다면 여타 모든 대책이 불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수익성보장방안은 막연하고 신뢰성없으며 부정의 소지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조기완공 장려제도는 지극히 위험하다.

과거 우리 건설업계의 유일한 경쟁력 원천이기도 했지만 부실공사를 낳는
주범이기도 한 공기단축을 정부가 국가기간시설의 건설분야에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기단축이 가져올 부도덕성과 위험성 및 가공할 파괴력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