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사무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장기불황의 여파로 그동안 사무실 구하기가
어려웠던 서울 강북 도심지역 및 마포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역 뿐아니라
강남 빌딩밀집지역에서도 빈 사무실이 잇따라 임대매물로 나오고 있다.

또 신축빌딩들은 완공후에도 4~5개월씩 분양이 안돼 몇개층씩 공실로
남아있다.

이에따라 해마다 5~10%씩 오르던 사무실 임대료도 지난해 수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중구 장교동 장교빌딩(27층)은 지난 몇년동안 빈 사무실이 없었으나
1백평짜리 사무실 2개가 2개월째 비어있다.

서소문로 한보빌딩(17층)도 3개층이 공실로 남아있고 중구 남창동
삼선빌딩(16층)은 4층 1백14평이 지난달말 빈 후 아직 새주인을 못찾고
있다.

강북도심빌딩의 경우 대개 평당 보증금 50만~60만원에 월세 5만~6만원의
임대료가 형성돼 있으나 건물주들이 올해 임대료를 거의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오피스텔과 첨단업무빌딩이 많은 마포지역도 공실률이 높아져 일진빌딩의
경우 입주업체가 사무실을 줄여 나가면서 8월부터 4백평의 사무실이 빈
채로 남아있다.

신화빌딩은 동양상사 솔로몬통상 등 5개의 무역업체 및 잡지사 등이
회사문을 닫거나 사무실을 줄여나가면서 1백60여평의 공실이 발생했다.

여의도에서는 정우빌딩 한서빌딩 한국선명회빌딩이 입주업체의 사무실
축소.변두리이전으로 공실이 생겼으며 한양빌딩은 지난 7월부터 7개의
사무실이 비어있다.

여의도에서 빌딩중개업을 전문으로 하는 대산부동산중개업소의 최주희씨
(28)는 "매년 하반기에는 사무실을 찾는 수요자들이 많았으나 올해는
문의건수가 지난해의 30%선(하루 5건 정도)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강북도심에 비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강남지역에서는 테헤란로
이면도로(뒷길)에 위치한 5층내외의 중저층 업무빌딩의 빈 사무실도
임대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테헤란로변에 있는 삼화빌딩(20층)의 1층이 지난해말 완공이후 아직
임대가 안됐으며 역삼동의 혜천빌딩(15층)과 서우빌딩(16층)도 9월부터
공실이 발생했다.

또 논현빌딩은 사무실 2개씩을 사용하던 입주업체가 사무실을 1개로
줄이면서 2개의 공실이 남아있고 허바허바빌딩(13층.잠원동) 태원빌딩
(13층.방이동) 한국전자빌딩(26층.양재동) 등도 1~2개월 전부터 일부
사무실을 비었다.

이에따라 임대료도 월세없이 평당 보증금 2백30만~3백만원선에서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테헤란부동산중개업소의 김종년사장(47)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입주업체들이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겨가거나 사무실규모를 줄이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당분간 빈 사무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