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상득 정책위의장이 7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이의장은 "일하는 정책위의장"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취임직후 현실에 안주하는 듯한 정부측 태도를 못마땅해 했던 이의장은
민생 현안과 밀접한 13개 과제를 선정, 소위를 구성해 군사보호구역과
재래시장 재개발 현실화 등 과감한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에게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시어머니"처럼 비쳤을 만큼 주문도 적지
않았다.

고비용 구조개선을 위한 금리 인하와 공단분양가 인하 등을 내용으로 한
"9.3 경제활성화 대책"도 사실은 이의장의 작품이고 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
를 농민문제 해결이후로 유보시킨 주역도 이의장이다.

제2정조위원장 재임당시 재정경제원이 그토록 강행하려 했던 한은법 개정을
무산시켰을 만큼 정부에게는 강경했던 이의장이지만 무조건 제동만 거는 것은
아니다.

금융실명제 보완대책으로 나온 장기 비과세 저축같은 대책은 당초 내키지
않았지만 정부측 제안을 전격 수용해 이뤄졌다.

일부에서는 경제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도 나오지만
정작 정부로부터는 아무 소리가 없는 것도 이의장이 그만큼 실무와 경제현실
에 밝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강두 제2정조위원장은 "당과의 업무 협의에 미온적이었던
정부가 이의장 취임후 적극성을 띠게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의장의 현실진단과 처방은 하루 24시간을 금쪽같이 쪼개 쓰며 현장을
발로 뛰는데서 나온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하루 일정을 들여다보면 아침 5시반에 일어나서 밤12시에 귀가하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지난 1일만 해도 아침 6시3분에 집을 나선후 오전에만 <>정보화추진 정책
간담회 주재 <>고위당직자회의 참석 <>민영화추진관련 당정회의 주재 <>광주.
전남북지역 원외지구당 위원장들과의 정책간담회 참석 <>농협중앙회 주관
"이달의 새 농민상" 수상식 참석 등 숨돌릴 틈없는 일정이 이어졌다.

오후들어서도 국세청과 건설교통부, 당 정책국장과 비서실로부터 각각
현안업무를 보고받은데 이어 동료의원 후원회행사 참석 등 빡빡한 일정이
계속됐다.

저녁때는 자신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에서 강만수 관세청장과 홍인기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이 회원으로 참석하고 있는 경제인회 모임을 주재했다.

이러다보니 의원회관 사무실은 커녕 국회상임위(농림해양수산위)도 중요
안건이 있을 때만 얼굴을 내비치는 실정이라고 이의장 보좌진들은 귀띔했다.

이의장 자신도 "기업체(코오롱상사) 사장으로 있을 때보다 3~4배는 바쁜
것같다"고 웃는다.

"사장보다 바쁜 정책위의장"인 이의장이 앞으로 당정협의를 통해 경제대책
을 어떻게 조율해갈지 주목된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