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평그룹의 새한종금 인수는 건설 제조 유통에 이어 금융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안정적인 경영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작년 12월 파이낸싱 전문회사인 거평파이낸스를 설립하고 지난 6월 강남
신용금고를 사들여 거평은 금융에 이미 진출해 있었다.

하지만 새한종금의 인수는 금고-파이낸스-종합금융으로 이어지는 금융분야
의 수직계열화를 이루어 건설 제조 유통을 뒷받침할 수있는 확실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거평그룹 나선주기획조정실장도 "21세기 경쟁력있는 대기업그룹으로 성장
하기 위해서는 계열사의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어 금융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나실장은 또 "금융부문의 수직계열화가 일단 완성됨에 따라 앞으로 그룹의
발전축을 제조 건설 유통 금융등으로 다원화해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평의 또다른 관계자는 "새한종금은 국제금융부문이 특히 강하다"고 지적,
"앞으로 대한중석 거평시그네틱스 포스코켐 거평화학등 수출이 많은
계열사들의 국제경쟁력을 높히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 밝혔다.

거평의 새한종금인수는 경기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신흥중견그룹의
공격경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거평은 지난 93년 3월 대한중석을 인수해 재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이후 그동안 라이프유통(94년 7월) 한국시그네틱스(95년5월) 포스코켐 및
정우석탄화학(95년10월) 등을 잇달아 사들임으로써 그룹의 모체인 건설에
이어 제조업과 유통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룹 매출도 1조원을 넘어섰다.

이번에 인수한 새한종금을 포함하면 거평의 계열사는 모두 19개.

나승렬회장이 지난 90년 건설업에 뛰어든지 불과 6년만에 명실상부한
대기업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셈이다.

거평의 자금줄도 관심거리다.

거평은 1천4백50억원에 이르는 인수금액을 계약체결일로부터 45일 이내에
납부한다는 조건아래 새한종금을 인수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거평 관계자는 이와 관련,동대문에 있는 의류도매센터인 거평프레야의
분양이 성공리에 끝나 2천5백억원 정도의 현금을 이미 확보해 놓고 있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거평건설을 비롯한 4개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휴부동산 및 유가증권을 처분할 계획이어서 별도의 부채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침내 금융업까지 영위하게 된 거평그룹의 "기업사냥 행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