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자사 생산 유류를 판매하는 주유소를확보하기 위해 주
유소에 지원한 각종 유통자금이 5조6천억원을 넘어서 정유사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5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유공 LG칼텍스정유 한화에너지 쌍용정유 현대
정유 등 정유 5사가 주유소에 깔아놓은 <>외상매출채권 <>받을 어음 <>대
여금 등 유통자금은 95년말 현재 5조6천6백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
됐다.

이같은 지원액수는 93년말 3조4천9백52억원에서 94년말 4조5천4백83억원
으로 불어난데 이어 또다시 증가한 것으로 주유소 거리제한 철폐에서 비롯
된 정유사간의 과도한 폴사인 쟁탈전이 빚어낸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정유사들의 정유부문 손익은 93년 7백48억원의 흑자를 낸 이후
94년 2백37억원 적자,95년 8백45억원 적자 등 계속 나빠지고 있는데다 올
들어서도 유가상승과 원화 약세로 정유업계 사상 최악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정유업계의 유통자금 회수 노력 과정에서 그동안 상대적
으로 풍성한 자금지원을 받아온 주유소 업계가 정유업계를 공정거래위에 제
소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정유업계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공정위에 유통부문에 깔려있는 과다한 자금을 내
년 석유가격 자유화와 99년 대외개방을 앞두고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한다는 입장을 담은 소명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자금을 지원했던 정유사로서는 변명이 있을 수 없지
만 당시에는 불안정한 유통구조로 과당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최
근의 상황에서 유통부문의 정상화는 정유업계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권녕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