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분쟁에 우유파동으로 골머리를 앓던 보건복지부가 화장품에서 또다른
부담과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지난 국정감사기간중 한 국회의원이 "수입화장품 급증으로 국산화장품업계
가 존립기반을 위협받고있다"며 국산화장품 회생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발단.

이에 힘을 얻은 일부 화장품업체경영자들이 화장품에도 지금까지 제외됐던
기술개발지원혜택을 줘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여러 경로로 로비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복지부 약정국의 한 간부는 보건의료기술개발지원사업을 재검토
하면서 화장품에도 숟가락 하나 얹어준다는 생각에서 기술개발지원방안을
찾았지만 "지원해줄 명분을 찾기가 힘들었다"고 털어 놓는다.

화장품은 의약품이나 식품처럼 필수품이 아닌데 "한정된 재원으로 화장품
까지 지원해야 하는가"하는 비판을 의식해서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산화장품은 한해전보다 줄어든 3천만달러를 간신히 수출했는데
외제화장품은 여섯배를 넘는 1억8천만달러어치나 수입됐다.

그런데 정작 국내최대의 화장품업체라는 곳은 프랑스제화장품을 수입판매
하면서 자사화장품매장보다 더 목이 좋은 백화점 1층매장에 수입화장품
코너를 두고 있을 정도로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술개발은 아예 뒷전이다.

세계적인 화장품업체들이 매출액의 5~10%를 기술개발에 쏟는다는데 국내
10대화장품업체중 P사 H사 E사는 올상반기중 매출액의 1%도 쓰지 않았다.

시장개방 국제화시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중 하나가 국산화장품산업
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런처지에 자기돈은 투자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기술개발사업에 지원해 달라고 말할수 있는가.

또 품질개선이나 유통구조개선노력도 별로 없는 관련업체들이 "국산화장품
대신 외제화장품을 사는 소비자는 몰상식한 외제선호자"들이라고 몰아붙일수
있을 것인가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것 같다.

김정아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