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간단한 세수만 하고 어둠을 가로질러 테니스장으로
나가는 모습은 마치 모든 것이 테니스에 달려있는 것같이 보인다.

그것도 가까운 곳이 아닌 여의도 회사옆 회사전용코트로 30~40분의
거리를, 특히 엄동설한에는 더욱 그렇다.

건강에도 좋고 재미가 있어서 새벽을 깨우며 테니스를 즐겼는데 어느덧
습관이 되어서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테니스 공이 왜 잘 맞지 않는지 그 원인을 생각하며 다음날을 기약하기도
하는데, 스트레스라기보다는 정신적으로는 맑은 덕에 행복한 고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잘 맞는 날은 마치 세계적 선수인 샘프라스라도 된양 왠지
어깨가 올라가고 상대동료에게 한수 가르쳐준답시고 약점을 지적해
주기도 한다.

이런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은 것은 테니스가 주는 또 다른 기쁨이라
생각된다.

일주일에 세번정도 테니스를 하는데 아침일찍 남들이 아직 밟아보지
못한 대지를 운동복 차림으로 뛰는것은 하루를 여는 신비로움을 맛보게
한다.

아침을 빵으로 간단히 해결한후 두시간 정도 땀을 흘리고 나면 마치
땀으로 목욕한 듯하다.

운동직후 들이켜는 물은 사막에서 맛보는 생명수와 같고 샤워실에서
물을 끼얹으면 세상의 모든 걱정근심을 씻어내고 기쁨을 한몸에
받아들이는 것 같다.

테니스장에서 만나는 직원들은 상하관계를 떠나 형제같은 정감을 느끼게
하며 자연스런 대화를 이끌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회사의 업무추진에 밑거름이 되는데 특히 하루일과를 시작하기전에
그라운드에서 업무를 떠나 직원을 만나는것은 인정이 메마르기 쉬운
현대사회에 새로운 신선미를 더해준다.

대한투자신탁 테니스회는 77년 2월 회사창립당시부터 다른 교양부서와
같이 활동을 해왔는데 김정욱 부사장님, 홍승기 상무님, 최부용 비서실장,
방철호 홍보실장 등은 대투의 테니스회 창립멤버이다.

이분들의 열성적인 참여와 지도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60여명의
회원들이 매분기 1회의 정기대회로 실력을 판가름해보고 있다.

회사 테니스장에서 운동하고 샤워를 끝낸후 츨근하면서 생각한다.

"오늘도 고객만족의 에이스를 기록해야 할텐데... 혹시 잘 안되면 왜
안되는지 고민도 하고 동료에게 한수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할텐데"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