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아 국가가 다양한 분야의 복지혜택
을 국민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각 구청별로 건립된 복지관에서는 양재 홈패션 건강교실 노래교실
인터넷 등 무료교육 프로그램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부지런하고 의욕만 있으면 자기 삶을 보다 가치있고 윤택하게 만들수 있는
교육의 장이 많아졌다.
그러나 바로 이 시점에 우리는 무료교육의 효율성이나 문제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의 재정기반은 세금이다.
따라서 무료교육은 엄밀히 말해 국민 각자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요즘 우리 단체에서 실시한 경영자 교육에 참여한 회원 중에는 "나는
꼭 창업하겠다는 생각에 이 교육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분이
있었다.
그분은 영어회화 건강교실 노래교실 등 수없이 많은 무료교육장을 찾아
1년에 10과목 이상을 수강한다고 밝혔다.
그분은 처음에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적성과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자원봉사는 명분은
좋지만 시간과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 다음에 생각한 것이 무언가를 배우는 것.
그러나 여가로 배우는 것에 큰돈을 들이기는 싫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여러 기관에서 다양하게 펼치는 무료교육 프로그램.
특별한 목적없이 돈도 들이지 않고 배우니까 부담이 없어 좋았다.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는 제약이 없으니 언제라도 새로운 것을 찾아갈수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결과.
손쉽게 시작하고 간단히 그만둘수 있으니 어느 하나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
이곳 저곳 강의실 다니기를 1~2년쯤 하다보니 모든 배우는 일이 시들해졌다
고 고백한다.
문제는 이런 결론을 얻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공짜"를 좋아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처럼 무료라면 그 가치도 따져보지 않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무료" 프로그램은 자칫하면 "무가치"한 것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이 "무료"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연구와
수고가 필요했는지 말이다.
"무료"란 많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우리 모두의 세금을 배정한 결과
생긴 것이다.
따라서 꼭 필요한 사람만이 진지하게 선택하고 성실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
예산집행기관에도 문제는 있다.
무료라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면서 특별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는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가예산으로 시행하는 사업을 제대로 활용해 높은 가치를 창출하도록
국민 의식을 높이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국민 세금으로 제공하는 교육의 내용도 복지혜택을 베푼다는 명분에만
치우치지 말고 내용을 실리적으로 꾸미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요즘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들은 10~20년전부터 기존 여성
단체들이 개발해 시행해온 것들이다.
이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물론 보다 많은 이가 교육기회를 갖는 것도 좋지만 국가예산을 투자할때는
보다 색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편 여성단체에서는 예산부족 때문에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도 실행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의 예산과 여성단체의 아이디어를 결합하면 어떨까.
이것이 실현되면 정부예산도 절약하고 여성단체업무도 보다 활성화될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또 무료교육 수강자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아무리 발에 채이도록 많은 정보와 기회가 있어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하는데는 고전적인 학습외의 다른 왕도가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