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근대 경제학이 시작된 이래 각국은 이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과연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은 동시에 성취될수 있을까.

로저 부틀 홍콩&상하이은행 수석연구원(런던 주재)은 올해초 출간한
"인플레이션의 죽음"(니콜라스 브릴리 간 25달러 원제 : The Death Of
Inflation-Surviving & Thriving in the Zero Era)을 통해 바야흐로
인플레이션 제로시대가 도래했다고 역설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는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고 개방화됨에 따라 갖가지 요인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 없이도 실업을 줄이고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화된 세계 경제체제에서 초래되는 치열한 가격경쟁, 인간 노동력을
절감하는 기술의 급속한 발전, 그리고 해외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등이
인플레이션 억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또 임금상승이 없는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가격동향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가격인상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저자의 시각은 지난 9월 연방준비은행 이사회의 이자율 현상유지
결정및 5.1%에 달하는 실업률이 임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는 적지 않은 관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영국에서도 92년 파운드화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수입상품의 가격상승이 곧바로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저자는 탈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기업과 개인이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는 부채를 져서는 곤란하며 고미술품 등에 대한 투자를 피하고,
또 주택을 주거의 대상으로만 인식해야 한다는 것.

임금이 부채를 줄여줄 만큼 상승할수 없음은 물론 6%의 이자율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며, 미술품과 주택가격이 투자의 대상이 될 만큼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