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항공기세척에서 발생하는 폐수처리 문제로 속병을 앓고
있다.

검찰이 폐수배출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채 항공기 세척 폐수를
무단 방류해 왔다며 항공사와 한국공항공단 관계자 3명을 최근 전격
구속하면서 "발병"한 것.

검찰이 내건 죄목은 수질환경보전법 폐기물관리법 등의 위반.

법을 어겼으니 다른 할말이 없을 게다.

공소사실에 대한 사실규명은 법원에서 가려질 테고.

"대충대충 하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풍조에 쐐기를 박았다고 보면
이번 사건에서 항공사와 공항공단측이 얻은 교훈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속앓이를 하고 있는 항공사들이 뒤늦게 내놓은 "석명"을
살펴보면 푸념이상의 애타는 속사정이 엿보인다.

이번 사건은 두갈래의 요인이 있다.

항공기세차때 나온 폐수를 여과장치없이 내보낸 것(수질환경보존법
시행규칙 제5조위반)과 특정폐기물인 프로필렌 글리콜을 함부로
버렸다는 것(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 제10조)이다.

첫사항에 대해선 "신고를 하지않고 방류한 것은 잘못"이라고 관계자들이
시인한다.

그렇지만 제빙제로 쓰이는 프로필렌 글리콜에 대해선 입장이 다르다.

사용후 2~5일이면 99.9% 생분해되는 등 안전성이 입증된다고 주장하면서
당국의 처벌에 이의를 제기한다.

환경 선진국인 영국의 히드로, 미국의 앵커리지, 싱가포르공항 등에서도
배수시설 없이 같은 제빙제를 뿌린다는게 핵심이다.

항곡업계는 "비행기 날개에 내린 눈을 제거하지 않으면 양력(비행기를
띄우는 힘)이 떨어져 이륙이 곤란하다"며 제빙제 사용금지는 겨울철
비행중지선언에 다름아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폐수문제가 항공업계의 "발등의 불"이 됐는데도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등 관계당국이 태연히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문제다.

폐수저리시설 설치가 급선무라면 누구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 어떤
시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

코앞에 닥친 겨울에 이들을 또다시 범죄자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대규모 결항사태를 눈 뜨고 보겠다는 것인지, 속시원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일이 아니라 행정으로 풀어야 한다.

남궁덕 < 사회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