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빈사상태를 보이며 연일 밑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급기야 연중 최저치마저 장중한때 꿰뚫어 버렸다.

매도시점을 놓쳐 버린 투자자들은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냉가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8일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65포인트나
올랐던 모습과는 판이하다.

오히려 연8일째 내림세를 지속하면서 종합주가지수도 78포인트나 내려
앉았다.

이처럼 주식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전문가들은 최근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수급불안"과 "기대감 무산"을
지목하고 있다.

주식을 사들일만한 수요는 제한된데 반해 증시로 쏟아지는 물량이 압도적
으로 많아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고객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신용융자잔고가
3조원에 육박하는 고공비행을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신용물량은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는 탄탄한 가수요의 역할을
하지만 약세장에선 "악성매물"로 둔갑해 주가상승에 발목을 잡곤 한다.

주가가 떨어져 사들인 주식값이 일정한 담보가치를 밑돌 경우엔 "담보부족
계좌"나 "깡통계좌"라 하여 자동적으로 매물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신용물량은 대개 3개월의 만기가 있어 주가가 내렸더라도 만기전에는
처분해야 한다.

이같은 신용만기물량만 하더라도 11월 한달동안 9천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이다.

뿐만 아니다.

11월중엔 9개사의 기업공개 규모가 4,480억원에 달한다.

유상증자 물량도 2,189억원이나 예정되어 있다.

게다가 9천억원이 넘는 한국통신 주식매각을 "강행"한다는 것이 정부의
현재 방침이다.

이처럼 산더미같은 공급세력에 비해 주식수요는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다.

주식시장의 대기매수세력의 크기를 반영하는 고객예탁금은 최근 열흘사이
2,400억원가량 줄어든 2조6,000억원선에 그치고 있다.

또 근로자 주식저축을 통한 자금유입도 기대수준을 밑돌고 있다.

주식저축 잔고는 29일현재 942억원이며 11월중 추가유입금액은 3,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주식저축 자금과 장세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식으로
주가가 올라야 저축금액도 늘어나는 속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의 주가하락은 증시주변의 수급호전에 대한 "기대감 무산"도
한 요인인 것으로 지적된다.

실세금리가 떨어지고 근로자 주식저축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달 중순에 상승가도를 달렸지만 "기대감"이 가시화되지 않자
"거품"이 꺼지면서 실망매물과 투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 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