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통령 선거이후 달러의 발길은 어느쪽으로 향할까.

선거가 일주일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미시장분석가들은 선거와 달러간의
함수관계를 푸느라 분주하다.

이들의 해법찾기는 특히 클린턴 재선이후 달러의 운명에 맞춰져 있다.

선거 판세가 이미 클린턴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는 클린턴 재선이후에도 달러강세가 계속되리란 전망이 우세했다.

모든게 "인기몰이"에 휘둘리는 선거 태풍속에서도 꼿꼿하던 "강한달러"
정책이 선거후에 흔들릴리 있겠느냐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년초 달러화가 1백10엔선을 넘으면서 미국 수출업자들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라고 아우성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아무리 클린턴이라도 버틸 재간이 없을 걸로 생각했다. 곧
엔화부양(달러하락)이 시작되리라고 장담했다.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그런 클린턴이 선거가 끝난마당에 새삼 달러정책을 바꿀 이유가 뭐냐..."

모건그랜펠의 수석 분석가 마크 챈들러는 이렇게 반문한다.

그러나 "달러약세"를 확신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쪽에서 펼치는 논리는더 그럴듯 하다.

이들은 클린턴 재선과 달러의 함수풀이를 "미.일 무역적자"라는 공식에
대입하고 있다.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지난 8월 38억달러였다.

7월(43억1천만달러)보다 12%나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이런 감소세가 계속되리라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엔고에 밀려 일시퇴각했던 일본기업들은 생산시설 해외이전등으로 무장하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 "컴백"할 것으로 대부분은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화가 강세(엔화약세)를띠면 미국제품의 가격은 높아진다.

반면 일본상품은 가격하락의 효과를 얻게 돼 수출시장에서 경쟁력 우위에
서게 된다.

미국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값이 싸진 일본제품을 많이 사들이고
결국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를 더욱부추기는 결과를 빚는다.

클린턴 대통령이라도 이쯤되면 "강한달러" 정책을 포기할수 밖에 없다는게
이들의 논리다.

여기에 상.하원(국회의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게 되면 달러화 하향반전은
"필연적 귀결"로 굳어진다.

이번 대선에서는 상원의 3분의1과 하원전체에 대한 투표도 함께 치러진다.

선거결과에 따라서는 공화당이 물러나고 민주당이국회를 장악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큰 정부를 지향한다.

재정적자감축보다는 사회복지 지출에 무게를 둔다.

이러다보면 경상적자가 늘어난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경상적자 확대는 곧 달러하락을 의미한다.

선거와 달러는 아예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경제"가 달러 운명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일본자금은 미국증시의주요 땔감이다.

일본경제가 계속 비틀거리면 미국증시에 투자할 돈도 마르게 된다.

미국에게 좋을게 없다.

"로버트 루빈 미재무부장관이 달러고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일본을 도와주기
위한 것"(빌 오그래디 애드워드사 부사장)이란 해석도 이런 맥락이다.

오그래디 부사장은 "일본경제만 회복궤도에 오르면 미국은 즉각 강한
달러정책을 중단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최근들어 일본의 수출력 회복을 알리는 청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PC업체들은 세계 5대메이커중 2개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급속히 줄었던 일본 자동차의 수출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일본의 금리인상이 멀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비정상적인 현재의 초저금리(0.5%)는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호황을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도 내년초쯤에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내년에는 달러화강세가 내리막길로 돌아서리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래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