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정보화 시대이다.

기업이나 국가 그리고 어떤 조직이든지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관리자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때로 정보관리자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세계 제2위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미 컴퓨터어소시에이트사(CA)의 찰즈
왕(52) 회장이 29일 하이얏트호텔에서 한국CA와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경영층과 정보과학 기술자들간의 딱딱하고
불편한 관계의 원인을 짚어보고 그 해결방안과 각자의 역할에 대해
제시했다.

"경영자와 정보책임자의 역할 및 조화"라는 제목의 왕회장 강연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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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컴퓨터산업의 CEO로 몸담아 오면서 본인은 그동안 수많은
테크놀로지들의 탄생과 소멸을 지켜 보았다.

그리고 테크놀로지는 반드시 비즈니스와 함께 해야만 성공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또 경영자층과 정보과학 기술자들의 협력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항상 이들사이에는 항상 지극히 거북한 무엇인가가 있다.

본인은 처음에 그것이 경영층과 컴퓨터운영자간의 개인적인 문제로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거북함은 점차 정보과학 기술자들의 좌절로,
때로는 격분으로 나중에는 체념으로 변하는 것을 알았다.

본인은 왜 인간이 발명한 가장 개방적이고 자유스러운 도구로 일컬어지는
컴퓨터 기술이 이처럼 고민과 번뇌의 초점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정리하게 됐다.

우선 경영층과 정보과학 기술자들은 서로가 진정한 대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 오해하고 분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 계층이 겪게되는 훈련과 여기서 발생하는 상호 기질의
상이성에 오는 부조화 때문으로 쉽게 말해 기술간부들과 경영간부들간의
단절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단절성은 너무나도 뿌리깊게 우리의 기업문화를 지배하고
있어서 그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도 못할 정도다.

또 하나의 이유는 회사경영진들과 정보과학 기술을 책임진 사람들이
상호역할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경영층은 관습이나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 경쟁력 그리고 투자 등에는
관심이 있지만 이에 반해 정보기술자들은 클라이언트.서버환경 등 컴퓨팅
기술과 각종기술관련 정보 등에 관해 끊임없이 조언한다.

이 두 그룹들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어휘가 다를 뿐아니라 서로의
세계에 대해 단절돼 있다.

세번째 요인은 경영자층이나 정보과학 기술자들이나 고객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고객서비스는 이 세기에 있어서 경영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발전에 관해 무엇을 해왔는지 생각해
보면 그동안 이 문제가 얼마나 등한시되어 왔는지 알 수 있다.

톰 피터스는 "경영 자유화"라는 저서에서 49%의 일본기업들이 고객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정보과학"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고
밝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어떠한가.

단지 22%의 업체만이 이같이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 차이점은 분명히 경영관리자와 정보 과학기술자간의 단절성에서
기인한다.

이것은 미국이 일본에 대해 6조5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어느정도 이 문제와 관련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본인은 경영관리자와 정보과학 기술자간의 중계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해왔다.

물론 본인이 스스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함으로써 이들에게 어느정도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다른 경영자들이 본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때 가능한 것이다.

본인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세계 제2위의 소프트웨어업체를 이끄는 경영자이고 본인이 바로 정보
기술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뿐만 아니라 정보기술자들도 본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고 믿고 있다.

아마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고
마치 이것은 미국인들과 영국인들이 한 언어를 사용하는 분리된
민족이라는 것을 재인식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와함께 본인은 이들간의 단절 해소을 위한 4단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1단계는 파트너십(Partnership)단계이다.

이것은 경영층과 과학정보 기술자가 함께 일하는 단계를 말한다.

두 계층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경영자층은 정보과학 기술자들이 비현실적 기대치와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한다고 비난하는 반면 정보과학기술자는 경영자측을 외부인력에
의존하며 직접적인 정보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에서 정보과학기술자의 위치는 경영자층에 바로
보고하지도 않고 경영에서도 제외돼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서로의 역할에 대해 인식하도록 협력관계를 맺게
해주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4년전부터 경영자층이 기술정보를 편안히 느끼고
정보기술분야 사람들과도 대화할 수 있도록 서로 함께하는 "CEO
TECHNOLOGY RETREAT"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다.

이 프로그램에는 세계굴지의 기업에서 500여명의 경영진이 참가해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경영 간부들은 정보기술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정보기술이 그들의
비즈니스에 어떠한 이익을 줄 것인지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두번째 단계는 과감한 혁신의 단계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접하면 과감히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혁신을 위해 기존의 것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것은 엄청난 손실과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비즈니스를 중단시키지 않으면서 최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또 경영자층과 정보과학 기술자들간의 틈을 매꿔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술들에 기업의 노력을 집중하는
단계이다.

물론 이것은 두 계층이 서로의 역할에 대해 이해하는 단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보통 정보과학 기술자들은 보통 최신기술이 등장하면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시도해 본다.

그러나 경영자층은 이같은 모습이 근시안적이며 또 새로운 기술이
비즈니스에 커다란 이익을 주기 보다는 단지 새롭고 흥미롭기 때문에
기술자들이 이것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경영층도 새로운 기술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첨단 기술들을
기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 단계는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단계이다.

본인은 종종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바로 컴퓨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컴퓨터가 아이들에게 있어서 배움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부정적인 주장도 적지 않다.

이들은 아이들이 오로지 컴퓨터에 매달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컴퓨터가 모든 것의 해결책이 되는 것처럼 이들은 생각할 수도 있다.

컴퓨터가 좋은 문명의 이기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컴퓨터를 이용한 기업생활과 사회생활이 이로 인해 인간적인 생활을
가로 막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기업활동에서도 경영자층과 정보과학기술자들은 이점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 쉽게 "단절"의
상황에 직면한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문제란 없다.

일단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만 알게 된다면 그것을 개선하는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기업내 경영층과 정보과학 기술자들간의 "단절"을 원활한
"연결"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일때 정보기술의 낭비와 남용은 크게
감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CA는 여러분의 그러한 노력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항상 도울
것이다.

< 정리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