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체제가 붕괴되고 있다.

제조업체와 소매상의 중간다리역할을 해온 대리점들이 거래선이탈과
매출격감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유통시장개방이후 등장하고 있는 국내외 대형유통
업체들이 제품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도매상인 대리점 대신 제조업체와의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파괴"매장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내소매상들이 가격이 비싼
대리점으로부터의 구매를 기피하고 있는 것도 대리점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초 유통시장개방에 맞춰 국내외 유통업체들이 대거 들어선 인천.부천
지역의 경우 대리점들의 매출이 최고 50%까지 줄어들고 있다.

이들중 일부대리점은 경영악화로 더이상 대리점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보고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문을 닫는 대리점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천에서 영업중인 삼양식품대리점 양병준사장은 "거래선들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경인지역의 대리점들중 상당수가 본사에 대리점권 반환을 신청
하거나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원산업 부천대리점(사장 김대규)의 경우 프랑스유통업체 까르푸 개점
이후 6천만~7천만원이었던 월 매출액이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김사장은 "마진폭을 줄여 소매상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나 매출이 회복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제당 중동대리점의 신영식사장은 "까르푸가 들어선 이후 소매상들이
하루평균 6~7개씩 부도를 내면서 한때 7백개에 이르렀던 거래선이 4백50여개
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소매상들도 중간유통마진을 없애기 위해 대리점과의 거래를 중단,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중소상인단체인 수퍼마켓협동조합과 연쇄화사업조합의 경우 삼성물산과
중소기업 유통협력위원회를 구성, 지난달부터 제조업체와 직거래를
시작했다.

국내외 대형유통업체들의 매장개설이 앞으로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60년대이후 제조업체들이 주도해온 국내유통시장에 대리점붕괴현상 등과
같은 구조변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