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스템통합(SI)시장에 판도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의 소프트웨어부문 사업을 인수한 현대정보기술이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 진용을 갖추고 본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선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확고하게 SI시장의 2위자리를 지켜온
LG-EDS시스템과 현대정보기술의 순위경쟁이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것.

현대는 지난해만을 놓고 보면 외형상 LG-EDS시스템의 상대가 안됐다.

LG-EDS가 작년에 2,604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현대는 이보다 900여억원이
적은 1,718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불과했다.

그러나 현대정보기술이 외형상 열세를 보이는 이같은 상황이 더이상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현대의 경우 최근 그룹계열사의 SI및 소프트웨어부문과 현대포스시스템을
흡수하면서 덩치가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정보기술은 우선 인력만 해도 433명이 충원됐다.

웬만한 중소기업체보다 많은 인력을 일거에 확보하게 된 셈이다.

특히 두뇌싸움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SI업종의 특성상 우수인력의 대량
확보는 곧바로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정보기술이 향후
SI시장 판도변화에 끼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정보기술은 계열사의 SI부문등을 흡수함에 따라 올해 2,77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EDS시스템의 올해 매출목표가 3,1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양사의 매출
규모 차이가 지난해의 900억원에서 330억원으로 준 것이다.

업계는 내년에는 이 차이가 2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 것으로 예상, 두
회사간의 치열한 매출확대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와 LG-EDS는 내년에 각각 4,480억원과 4,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업계 1위인 삼성데이타시스템(SDS)은 올해 매출을 7,400억원, 내년엔
8,500억원으로 잡고 있다.

현대정보기술 관계자는 "이같은 예측치가 단순한 합계이기 때문에 자동화와
같은 중복사업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까지 감안하면 더욱 늘 것"이라고
말했다.

잘만하면 내년에 LG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LG-EDS시스템은 정상적인 비즈니스 매출로는 현대가 자사를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매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매출증대에 연연하다 보면 저가 수주를 하게되고 부실한 서비스를 제공
하게돼 고객사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며 그 결과는 SI업체를 괴롭히는
꼬리표로 붙어 다닐 것"이라는게 LG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특히 매출과 고객만족도는 별개의 문제이며 매출에 앞서 고객
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방침이라고 밝혀 지나친
매출경쟁은 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현대와 LG 국내 양대그룹의 정보화를 책임지는 SI업체간 경쟁이 매출경쟁뿐
아니라 서비스의 질경쟁까지 불러 일으킬지 두고 볼일이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